
[토요경제=정종진 기자]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남에게 의심받을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은 이 사자성어를 떠오르게 만든다. 금융당국 임직원들이 특정 외부인과 만나 혹시 모를 비리를 저지를 수 있으니 아예 통제된 상황에서만 만남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규정을 만들어 다음달 17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정식 시행은 오는 5월 1일부터다.
규정은 금융기관 검사·제재, 인·허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감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이 업무 진행 과정에서 특정 외부인을 만날 경우 5일 이내에 감사담당관이나 감찰실 국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특정 외부인이 금융당국 임직원에게 금품을 주거나 각종 청탁을 할 경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해당 외부인과 1년 간 '접촉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 규정을 발표하며 "외부인 접촉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금융 행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심받을 일을 하지않게 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이지만 자칫 금융당국 임직원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금융당국과 시장 간 거리를 더 벌어지게 할 수 있다. 금융산업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 입김이 강한 산업으로 꼽힌다. 그래서 금융당국과 시장 간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리가 멀어지면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외부인 접촉 규정이 금융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지 반대로 금융당국과 시장 간 '벽'이 될지 신중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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