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가 시위 글로벌 확산

산업1 / 최양수 / 2011-10-24 17:34:21
금융자본주의·사회 시스템…이대로는 안 된다

82개국 951개 도시 동시 다발적 시위 개최
상위 1% 부 독점 시스템 반대 목소리 커져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공개리먼 사태 이후 금융 기관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주택 압류, 고실업률,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 커져가고 있다.

이에 1%의 부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99%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시위가 시작됐다.

반(反)월가(街) 시위는 당초 금융위기를 불러온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책임을 추궁하며 시작됐다.

타락한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고자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대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빈곤층을 해방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최근엔 전세계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동조하는 시위가 열렸을 정도로 이에 동조하는 세력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현상으로까지 확산된 반월가 시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보자.


◇시위 동조 세력 확산…구조적 모순 한목소리 외쳐
한 달을 넘어선 반월가 시위는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청년 백수나 실직자, 또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일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화풀이 정도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 규모는 커지고, 동조 세력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구조적 모순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 사회현상으로 되고 있다.

시위 참석자들은 탐욕에 찌든 금융자본주의와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위 1%가 부(富)를 독점하는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 공감대가 퍼지면서 한 달여 만에 글로벌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반월가 시위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야기한 은행가와 재정가, 정치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위가 급속히 확산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반월가 시위가 더욱 불타오르면서 미국 정치권과 금융권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미국 금융제도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반월가 시위대에 의해 드러났다”며 “결국 미국의 미래에 불안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는 적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맥클린 그룹의 리처드 워트리치 상무이사는 “미국은 현재 자본주의와 큰 정부의 역할 등 미국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거대한 이념적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워트리치는 “시위대가 남길 유산에 대해 논하기는 여전히 너무 이르다”면서도 “사회적 움직임이 미국의 미래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루이지 징갈레스 교수는 “시위는 대중적인 봉기나 대중적인 불만의 형태를 이끄는 모든 근원적인 공격의 조짐”이라며 “반월가 시위대는 포퓰리즘의 조직화된 형태”라고 분석했다.

징갈레스 교수는 “반월가 시위의 포퓰리즘은 주로 역사에서 착취의 영합과 건설적인 변화, 둘 모두와 관련된 엘리트들에 반대하는 대중에 의한 움직임”이라며 “시위대 배후의 정서는 잠재적으로 확대되는 영향력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징갈레스 교수는 은행권과 정부에 대한 대중적 신뢰의 하락을 주목했다.

그는 “시위대가 주요 목표를 월가로 정한 이유는 정부와 대기업 간 협력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라며 “시위대는 기본적으로 납세자들이 개인의 이익을 돕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G20 재무장관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고칠 행동 가능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사무총장은 “여느 때와 같이 자국의 경제문제만을 바라봐선 매우 중대한 국제 경제위기에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다”면서 “시위자들이 월가에서부터 분노를 표출하며 전 세계에 매우 자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제외한 세계 각지 평화적 시위 진행
전세계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폭력적 시위자들이 평화적 시위를 가로채 은행 창문을 깨부수고 차량에 불을 놓고 병을 내던지는 폭동에 나서자 경찰이 최류 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했다.

로마 도심에서 시위 중 소수 그룹이 이탈해 콜로세움 인근 도로 등 도시 여러 곳에서 난동을 부려 검은 연기가 솟아났다.

얼굴을 가리고 검은 색 복장을 한 이 시위자들은 돌과 병과 방화 도구들을 은행과 폭동진압 경찰들을 향해 던졌다.

곤봉과 망치를 들고 이들은 은행 ATM 기계를 부수고 쓰레기통에 불을 붙였으며 취재진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ANSA 통신은 4명의 무정부주의 그룹 소속원들이 헬멧, 방독마스크, 곤봉 및 병 수백개가 든 차와 함께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는 달리, 기업의 탐욕을 매도하는 반월가 시위가 유럽 정부들의 긴축정책에 대한 전부터의 시위와 연결된 가운데, 유럽 전역에 걸린 여러 도시에서는 아무런 사고 없이 수만명의 ‘분노한 사람’들이 행진했다.

밝은 가을 날씨와 쇼셜 미디아 캠페인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수만명이 시위에 나왔다.

주최자 측이 30만명이 참석했다고 하는 마드리드를 비롯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말라가 등 스페인 여러 도시에서 평화적인 저녁 시위 행진이 펼쳐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정부 긴축대책에 맞서 2000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포르투갈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는 5000명이 유럽중앙은행 앞에 모였으며 수천명이 모인 런던에서는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가 연설했다.

베를린과 파리에서도 증권거래소 앞 등을 행진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스위스 쮜리히, 벨기에 브뤼셀, 노르웨이 오슬로 및 캐나다 토론토, 밴쿠버 등에서도 은행가들을 타도하는 시위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제가 활황인 아시아에서는 반 자본주의 시위가 가벼웠다.

호주 시드니에는 300명이 모였고 200명이 일본 도쿄의 도쿄전력회사 앞에서 반원전 시위를 벌였으며 필리핀에서는 100명이 미 대사관 앞을 행진했다.


◇지도부 없는 반월가 시위…장·단점 한꺼번에 드러내
지금까지 반월가 시위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소셜 미디어의 힘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시위대가 수뇌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약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수뇌부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시위는 분명한 행동 지침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세울 만한 강령 같은 것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위대원들조차도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

시위 지도부에서 통일된 행동 지침이나 앞으로의 행동 강령 같은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러한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심지어 시위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학자들은 명백한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한계와 동시에 장점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과 같은 대규모 시위 역시 뚜렷한 지도자를 꼽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동의 없이도 기업들의 탐욕과 같은 광범위한 주제로 신속하게 많은 시위대를 집결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반월가 시위는 주코티 공원에 모인 많은 시위대원들이 총회 토론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의사 결정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조이 피어슨(29)이라는 한 시위대원은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이끌 수는 없다.

지휘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지도부가 없다는 것보다 모여든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 간에 이념적 차이가 크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보다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참여는 하지 않는 훨씬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대학의 토드 기틀린 교수는 “주코티 공원에 모인 젊은 시위대원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사회체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새로운 사회체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판 반월가 시위…신자유주의 정책 맹점 꼬집어
한국에서도 대규모 ‘한국판’ 반월가 점령시위가 열렸다.

99퍼센트의 행동준비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투기자본을 규탄하는 ‘1% 금융수탈에 반대하는 99%’를 개최했고 같은 시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는 빈곤철폐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어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여중생 성폭력 범죄에 항의하는 ‘손팻말 점령 시위’를 실시한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집회를 열었다.

한국에서 진행된 시위에서는 ▲규제완화 ▲금융 자유화 ▲노동 유연화 ▲부자 감세 등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맹점을 꼬집었다.

특히 1%의 부자와 기업들의 ‘탐욕’을 규탄, 1%의 세금을 걷어 99%의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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