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그리스, 긴축조치안 계륵되나

산업1 / 최양수 / 2011-10-24 13:22:01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그리스가 국가 전체적으로 총파업 국면에 들어가 사실상 국가기능 전체가 마비 상황에 즉면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뜨지 않고 거리에는 버스와 택시가 다니지 않았다. 또한 관공서와 은행, 학교, 병원 등도 파업으로 인해 문을 닫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최근 그리스의 재정개혁 실사를 마친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80억 유로(11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기금 지원 의사를 전달하며 이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 구제기금을 받기 위한 그리스의 긴축조치안에는 세금 인상, 연금제도 개혁, 공무원 3만명 감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안의 의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그리스 노조의 48시간 총파업을 실시했다. 국가부도 상황을 막기 위해서 긴축조치안의 의회 통과는 필요하면서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그리스의 상황이 난처한 모양새다. 이번 그리스 총파업 사태에 대해 짚어본다.


◇구제기금 받기 위한 긴축조치안…진퇴양난 상황

그리스가 멈췄다. 그리스 의회의 긴축조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 그리스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미 주요 공공부문의 파업으로 항공기와 선박 운항이 취소됐고, 관공서와 학교는 폐쇄됐다. 병원은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진 채 비상 운영을 하고 있다. 교통과 청소, 교육 노동자 등 대부분의 민간 부문 노동자들을 비롯해 공무원과 언론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온 나라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 그리스 노조의 48시간 총파업 실시와 시위에는 새 긴축조치에 대해서 반대하며 시작됐다.
그리스 의회는 최근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차기 구제기금 80억 유로를 받기 위해 필요한 추가 긴축조치안에 대해 의회 통과됐다. 의회는 1차 표결에서 의회는 이날 154대141로 긴축조치안을 가결했다. 다음날 진행된 2차 표결에서는 찬성 154표, 반대 144표로 가결됐다. 법안 총론에 이어 개별조항도 가결됨에 따라 긴축법안에 대한 의회 승인이 확정됐다. 2차 표결에서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PASOK)의원들은 1명만 제외하고 153명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전 노동장관 출신인 루카 카첼리 사회당 의원은 이날 긴축조치안 중 단체교섭권을 축소하는 조항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긴축조치안은 세금 인상과 연금 및 임금 삭감, 공무원 3만 명의 임금 지급 중지 및 감원 등을 담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 월급을 20% 깎을 예정이며 공무원 3만여명을 예비직으로 빼 월급의 60%만 지급한다. 이들은 1년 안에 다른 자리가 나지 않으면 퇴직해야 한다. 그리스의 공무원 수는 70만명이며 이 중 25%(17만5000명)가 과잉 인력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공기업 및 은행 퇴직자 연금 15%를 깎고, 55세 이전 퇴직자의 연금을 40%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긴축조치안에 대해 그리스 노동계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테네 거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안건이 의회 통과되지 못하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의회 통과가 이뤄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전화통화를 가진 후 공동성명을 통해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한 모든 논의가 이뤄졌고 오는 26일 두 번째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과 은행 자본 확충, 구제기금 확대 방안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노동계 분노 ‘폭력 사태’ 국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그리스 노조는 새 긴축조치에 반대하며 48시간 총파업을 실시했다. 현지 언론 타네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그리스 경찰 추산 이날 최대 규모인 12만5000여 명이 아테네 도심에서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곳곳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결국 성난 민중과 경찰 간 무력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시위자 대부분은 평화적 시위를 벌였지만 수백 명이 아테네 도심 상점들을 부수고 약탈했다.
또 의회 주변에서는 시위자들이 진압 경찰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섬광 수류탄과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택시 운전자들 역시 파업에 동참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자 유리병을 경찰을 향해 던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14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밝혔다.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 3명도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테네 도심에 경찰 3000여명이 배치됐고 이들은 거리행진이 전개될 때 의회 인근 지하철역 2곳을 봉쇄했다.
이날 아테네 좁은 거리는 경찰과 시위자들이 쫓고 쫓기는 대결장으로 변했으며 하늘은 쓰레기와 버스 정류장 등의 화재에서 발생한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시민 수천 명은 시위자들과 경찰의 충돌을 구경했으며 이를 잘 지켜보기 위해 일부는 건물 지붕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리스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에서 1만5000여명, 파트라스에서도 2만여 명 등이 총파업 시위를 벌이면서 그리스 전역이 몸살을 앓았다. 테살로니키에서는 시위자들이 파업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연 상점 10곳을 부순 데 이어 은행 5곳과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공격했다. 이날 총파업으로 항공기 운항이 잇따라 취소되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또 학교와 상점들은 폐쇄됐다. 이번 총파업에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 상점주인, 세무노동자, 교사, 부두하역 노동자 등 모든 산업 부문 종사자들이 동참했다.
한 노동자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며 “임금을 잃었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아테네 지역 노조 간부인 니코스 아나스타소풀로스는 “이틀 동안 진행될 총파업은 최대 규모다. 우리는 더는 참을 수 없다. 막다른 상황이다. 분노가 치민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자들이 강요한 전혀 효과도 없고 비사회적이며 불공정한 긴축안 조치로 인해 최다 민중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그리스는 어쩔 수 없이 긴축조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분노에 찬 시민에게 최악의 위기 국면이 아님을 설명해야 한다”며 “위기의 최종단계를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과 재앙은 엄청난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노동계 극렬한 저항…총파업 심화

그리스는 지난해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3년에 걸쳐 나눠 받기로 했다. 이번에 받을 돈은 1차 구제금융 자금 중 마지막 80억 유로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은 돈을 주는 대가로 그리스에 부채를 더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280억 유로 규모 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은 이행 요구가 부족해 퇴짜를 놨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부족분을 메우고 내년 목표 변경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가 긴축조치안을 마련했다. 이 긴축조치안을 통해 내년 재정 적자를 GDP의 6.8%로 낮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긴축조치안이 의회를 통과하며 그리스는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6차분 80억 유로를 지원받아 국가부도위기 등 경제적 문제의 악화 상태를 막게 됐다. 이 자금을 제때 못 받으면 그리스는 유로존 초유의 디폴트 위기에 놓였다. 게오르기 파판드레우 총리는 구제기금을 받지 못하면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하다며 긴축조치안 승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회 승인을 이끌어 냈다. 로이터 통신은 “긴축조치안이 통과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로존 리더들이 한숨 돌리겠지만 지지와 반대의 표차가 크지 않아 파판드레우의 정치적 앞날이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의 추가 긴축조치안이 의회에서 최종 승인 됨에 따라 총파업을 이어가는 노동계와 정부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노동계는 이틀째 총파업을 지속하고 의회 밖 광장에서 노조원과 시민 등 5만여명이 참여한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날 시위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도중에 폭력 사태가 불거졌다. 특히 무정부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청년 수백명과 공산당 지지 노조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시위 참여자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53세의 한 남성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의 통과로 인해 그리스의 총파업 불길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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