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장우진 기자 =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IB)인 글로만삭스, 모건스탠리의 존재를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난달 대우증권의 유상증자로 대형 IB의 시작을 알린데 이어 최근 현대증권도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국내 대형IB가 4곳으로 늘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만 남은 상태다.
그 동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내 대형IB의 출현을 강력히 주장해 왔으나 9월 위기설과 맞물리며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가계부채 급증·저축은행 사태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증시도 크게 하락하는 등 대내외 악조건에 국내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금융투자업계 등의 지원을 등에 얻고 지난달 말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대형IB 육성이 현실화됐다.
이로 인해 국내 혁신산업 자본의 지원과 기업의 인수·합병(M&A) 등 구조화 금융을 위한 자본조달이 가능하게 됐다.
◇현대證, 유상증자 통해 4번째 IB 합류
현대증권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로써 현대증권도 대우·우투·삼성증권에 이어 4번째로 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발행주식은 기명식 우선주 7000만주로, 주당 8500원에 발행된다.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비율은 20%, 구주주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는 0.36주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다음달 17일이다. 우리사주조합은 12월1일, 구주주는 12월26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거쳐 내년 1월11일 신주가 상장된다.
우선주 발행은 보통주 증자와 달리 발행가가 확정되므로 주가 하락 등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누적적 우선주로서 기존 보통주 대비 이익 확정적인 배당투자 효과(연 6.5%, 주당 552원)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0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우리투자증권은 7일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대형IB에 합류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지난달 7일 보통주 1억3550만주를 발행해 1조4000억을 조달하기로 결정하며 타 증권사에 비해 2~3배가 넘는 대규모 증자로 국내 대형IB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런 자본력을 활용해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해외금융시장 진출 강화, 신규사업 투자확대 및 IT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석동, ‘대형IB 출현, 꿈은 이루어진다’
사실 국내 대형IB 탄생의 길은 쉽지 않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내 대형IB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왔지만 수차례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입박한 9월에는 가계부채 급증,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9월 위기설’이 대두되는 등 대형IB의 출현여건은 최악이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IB들의 무분별한 횡포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리먼사태 등 대형 IB이 내포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국내 증권시장도 최악으로 치닫자 아직까지는 대형IB의 출현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었다.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대형IB를 육성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김 위원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의) 이런 여건에 있지만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형IB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증권과 우투와의 합병 등 증권사간 M&A를 통한 대형IB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했으며,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모든 행정처리를 마무리 지으며 국내 대형IB의 활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우선되야
투자은행은 발행시장 조성활동 업무 등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권을 발행할 때 중개역할을 한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투자 주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가증권 발행·인수 매매업무·기업의 인수합병(M&A) 자문과 자본구성·기업구조 조정업무와 프로젝트 파이낸스, 금융자문, 컨설팅(Financial Advisory & Consulting)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국내로 예를 들면 증권·선물·자산운용 등을 모두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투자은행은 전 세계 규모 1위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삼성은 MRO 사업철수와 진행하면서 매각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한바 있다.
지난 2008년 파산하며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리먼브라더스는 당시 규모 4위의 투자은행이었다.
우리나라는 대우·현대증권 등이 대형IB로 거듭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규모는 골드만삭스에 비해 3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유상증자를 통한 몸집불리기로 주가하락 등 당분간 악재가 지속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대형IB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현재 기업들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금을 위한 은행대출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 같은 신사업 성장의 자본공급을 위한 대형IB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흔히 시중은행으로 불리는 상업은행과는 달리 대형IB는 리크스에 맞게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어 “헤지펀드 관련 프라임브로커를 통한 수익, 기업간 인수·합병(M&A) 주선 업무 등 고부가가치 시장 영역으로의 확대가 기대된다”며 “금융선진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세계경쟁력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61개국 중 한국 금융 전문인력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제 첫걸음을 걷기 시작한 대형IB의 막중함 임무를 맡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IB는 말 그대로 투자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리스크 관리가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가 결국 모기지 리스크관리 실패로 파산하며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단적인 예이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만이 국제무대에서도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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