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장우진 기자 = 금융지주사들이 매트릭스(Matrix) 체제 도입을 적극 추진함에 따라 이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매트릭스 조직는 지주사 내 자회사 중심 체제에서 고객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즉 은행·증권·보험 등 자회사 별로 ‘독자 경영’하고 있는 현 조직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균형잡힌 서비스를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자회사간 독립경영으로 같은 지주사 내 기업간에도 경쟁이 있어 조직 이기주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개편을 통해 자회사간 벽을 허물어 그룹의 매출상승 기대와 함께 고객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신보성 연구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복합금융그룹에게 시너지 창출은 극히중요한 과제”라며 “고객욕구 충족을 위해 여러 자회사에 산재해 있는 자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는 다름 아닌 매트릭스 조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다면 자칫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 자회사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지주회장의 권한이 그만큼 높아져야만 한다. 자칫 지주회장에 대한 ‘독단 경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현재 자회사 별 독자경영이 몸에 밴 상태에서 보고체계나 성과·인사 문제 등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수 있다.
이에 신 위원은 “매트릭스 조직 채택은 향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새로운 도약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매트릭스 도입 본격 나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매트릭스 도입에 본격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8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WM·PB) 분야에 대한 사업부문 단위 경영관리(매트릭스) 체계를 내년 1월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세부업무지침을 마련 중이다.
신한금융은 우선 기업·투자 부문과 소매금융의 자산관리 부문 두 곳에 매트릭스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투자 부문에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IB그룹 등을 묶을 예정이며, 자산관리 부문은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을 포함한 자산관리 그룹과 신한금융투자 리테일 그룹이 통합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각 계열사에서 통합된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내년 1월부터 상업투자은행(CIB)과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에 부분적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하는데 그룹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도 매트릭스 도입에 나섰다. 현재 우리금융은 지주사·은행·우투와 경남·광주은행 등 계열사 실무자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매트릭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2008년 매트릭스 조직을 구성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아파트담보대출이나 기업의 사채발행 등과 관련해 계열사 간 업무공조로 고객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도약 위한 필수불가결 선택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는 데는 기존 체제가 한계점에 봉착함과 함께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신 위원은 “지주사들이 매트릭스 조직을 채택하는 것은 기존 자회사 중심체제 하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한계에 달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동안 지주사들은 자회사 중심 경영으로 여러 권역에 걸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벅찬 상황에 도달한 상태다. 기업금융 업무의 경우, 기업은 단순여신에서 유가증권 발행, 인수합병(M&A), 투자 등 니즈(needs)가 다양하다. 그러나 그 동안 은행·증권 등 자회사들은 독립된별개의 회사처럼 행동하며 겸업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같은 그룹내 자회사 간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신 위원은 “그 동안 국내 금융사들은 외양적으로는 겸업화를 통한 고객요구 충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실제 운영은 그렇지 못했다”며 “그 결과 수익창출 기회의 상실, 고객정보와 인적·물적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조직구조를 구성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매트릭스 조직”이라고 주장햇다.
신 위원은 “매트릭스 조직은 자회사 중심의 사고를 고객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겸업화를 지향하는 금융지주회사와는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HSBC, 시티그룹 등 선진국 금융사들은 매트릭스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고객서비스와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이라는 의견이다.
◇독선경영 논란·소통 불안에 ‘혼란 가중될 수도’
그러나 지주사들의 매트릭스 도입이 쉽지 많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도입 후에도 갖가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지주사 내 자회사들은 독자경영이 몸에 밴 상태다. 자회사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는 상황이다. 이들간 업무공조 등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주회장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영향력 행사정도에 따라 ‘권한 강화’나 ‘독선경영’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특히 지주사의 주력계열인 은행과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임원진간 문제뿐만 아니라 노조와의 불화로 번질수도 있다. 실제 지난 3월 KB국민은행 노조는 어윤대 회장이 은행영업 권한행사가 지나치다며 ‘민병덕 은행장에게 자율권을 줄 것’을 주장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매트릭스 도입과 관련해 농성을 벌였다. 우투·아이바생명 등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우리금융지주노조협의회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과 우리카드 분사 등을 반대하는 집회를 갖은바 있다.
또 보고체계나 성과·인사 문제 등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자회자 중심운영이 익숙해져있는 상황에서 사업부문 대표와 자회사 대표의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을 경우, 결재라인에 따른 혼선, 책임회피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업부문 대표와 자회사 대표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또 조직인사나 성과평가 등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직원들의 인사나 성과평가가 증권·보험사에 비해 편향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특혜 논란’ 갈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신 위원은 “기존 자회사 중심운영으로는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매트릭스 조직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트릭스 조직 채택은 향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새로운 도약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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