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왕중왕 전'

산업1 / 이민호 / 2011-10-17 11:21:11
경원 뒤엔 박근혜…박원순 뒤엔 손학규 '배수의 진'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간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특히 두 후보를 지지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선거전 전면에 나서며 본격 유세활동을 펼치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의 뒤에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뒤를 봐주고 있다. 상대측 박원순 후보의 뒤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버티고 있다. 나 후보 입장에서는 과거 숱한 선거에서 절대승률을 자랑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으로 천군만마를 얻게됐다. 반면 박 후보 입장에서는 안철수 바람으로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지지가 절실해 보인다. 안 교수가 박 후보 지지를 본격화할 경우 10.26 서울시장 선거는 미리보는 대선전 양상을 띄게 된다. 박근혜 효과 때문일까. 벌써부터 몇몇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가 박 후보를 박빙의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대첩에 뛰어든 지지자들의 활약이 이번 선거의 판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 선거의 여왕 박근혜, 나경원 지지 4년만의 첫 행보

▲ 지난 13일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후보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홍준표 대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한뒤 자리를 옮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거의 여왕’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움직였다. 그가 전국 규모의 선거 지원에 나선 것은 2007년 대선 후 약 4년만에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10·26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3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선거 지원의 첫 발을 내딛었다. 박 전 대표는 선거운동기간 13일 동안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충청 등 전국 10여곳의 재보선 현장을 골고루 찾을 전망이다. 대규모 선거유세보다는 조용히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13일 홍준표 대표, 나경원 후보와 함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관악고용지원센터와 벤처기업협회를 잇따라 방문, 일자리 창출을 논의하는 것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벤처기업협회에서 면담을 끝낸 뒤 구내식당으로 이동해 근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구로동의 극세사 생산업체 ‘웰크론’, 카메라 제조업체 ‘엠씨넥스’,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조합, 구로기계공구상가 등을 잇달아 방문한 후, 구로 소방서를 찾는 것으로 선거지원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4년만의 첫 행보를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벤처’로 잡은 것은 청년실업 문제와 대·중소기업 상생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구로디지털단지 일대를 자신의 첫 선거지원 장소로 잡은 것도 의미심장했다. 구로디지털단지는 1960년대에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로동 일대에 한국 최초의 공단인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제1단지’를 조성했고, 이후 이곳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허허벌판을 불도저로 밀어붙인다고 수출 공장이 되겠냐며 의심한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벤처기업들이 공생하고 있는 이 곳을 찾아 청년 일자리, 대-중소기업 상생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아 “오늘 나 후보와 함께 왔는데 서울시가 좋은 정책을 하도록 고민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도 “시장이 되면 책임지고 일자리를 챙기겠다”며 “다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선거지원에 이어 14일에는 부산 동구, 15일에는 충북 충주와 충남 서산, 16일에는 경북 칠곡와 대구 서구, 17일에는 경남 함양과 부산 동구, 19일에는 강원 인제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은 선대위 고문으로는 홍준표 당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위촉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은 원희룡 최고위원과 박진·권영세 전 서울시당 위원장, 이종구 현 서울시당 위원장이 맡는다.
또 이석연 변호사를 지지했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나경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나경원 후보는 보수 단일 후보의 명분을 얻었다.


◇ 손학규.유시민 등 박원순 지지위해 총출동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단일화 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도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선거출정식을 갖고 공식선거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박 후보를 비롯해 선거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 야권과 시민단체를 대표한 인사들이 참석해 승리를 다짐했다.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유세지원은 약속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날 행사에 합류해 지지의사를 표했다.
행사는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구호와 환호성을 올리며 세과시를 하는 일반적인 선거출정식과는 구분됐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100여명 안팎의 지지자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박 후보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 후보가 이날 선거유세차량으로 공개한 0.5t 트럭은 동네를 오가며 채소를 파는 여느 트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후보 캠프측은 낮은 자세와 소박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는 박 후보의 생각이 차량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 박원순(왼쪽 네 번째) 서울시장 후보가 본격적인 보궐선거 운동을 시작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선거출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원순 후보, 한명숙 전 총리, 민주노동당 노회찬 상임고문

캠프 관계자는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다가와 박 후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놓았다”고 말했다. 차량의 이름도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카페 박원순’으로 붙였다고 했다. 캠프측 인사가 데리고 나온 삽살개 ‘본때’도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연두색 선거유세용 앞치마를 목에 두른 본때와 기념촬영을 하는 등 선거캠프의 마스코트로 삼았다.
손학규 대표는 “박원순의 눈길에는 사랑이 있다, 믿음이 있다, 함께 가고자하는 약속이 있다”며 “당파를 초월해 지역과 성향, 이념을 초월해 박원순을 중심으로 함께 잘 사는 서울을 만들자”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는 “20여년간 각자 자기길을 걸으며 정의와 선, 국가발전을 말하는 사람들이 ‘박원순’의 이름으로 모였다”며 “안철수 바람을 탔다고 하는데 안철수 바람은 아무나 타는가. 박원순이니까 탔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맞불을 놓지 않은 채 정책선거만을 고수하고 있는 박 후보의 인품을 치켜세우며 “민주개혁진영과 민노당도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는 출정식이 치러진 광화문 광장 중심에 세워진 황금색 세종대왕 동상을 가리키며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박 후보는 특히 세종대왕이 보위에 오를 당시 7년 동안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자 스스로 궁을 나와 광화문 광장에 초막을 짓고 솥을 걸어 3년 동안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 후보는 백성의 어려움을 제 삶 속으로 받아들였던 세종대왕에게 황금옷은 어울리지 않은다며 자신이 시장이 되면 “시민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생각도 다르고 잘 만나지도 않던 정치지도자들께서 이 자리에 다 모이셨다”며 “정치에 염증내던 시민들이 이렇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시면 감동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 대표 등 선대위 관계자들이 ‘서울시민을 위한 카페 박원순 추천메뉴’라고 쓰인 플라스틱 메뉴판에 각자의 바람을 써넣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박 후보 지지에는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합류했다. 문 이사장이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민이 시장이다’에 참석해 박 후보를 소개하면서 지지발언을 했다. 문 이사장은 앞서 11일 선거대책위원회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나경원 후보 지지율 박원수 후보 박빙의 차로 앞서

한편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처음으로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나 후보가 47.6%의 지지율을 얻어 44.5%를 얻은 박 후보를 3.1%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후보의 여론 지지율은 박 후보가 지난 3일 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된 뒤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가량 앞섰지만 후보 TV토론이 본격화하면서 초박빙 구도로 전환됐다.‘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표현한 적극 투표층에서 나 후보는 48.8%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박 후보는 45.3%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박 후보가 44.1%의 지지율을 얻어 37.5%를 얻은 나 후보를 6.6%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10~11일 이틀간 서울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MMS(유·무선전화 병행조사)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12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에 대해 “11일 한나라당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1% 앞선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여성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20%이상 격차를 불과 2주 만에 거의 박빙으로 따라 붙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진보 대 보수간 대결구도가 돼버린 서울시장 선거전에 변수도 아직 존재한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대선 주자 1위를 다투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대학원장도 박원순 후보지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박 교수가 구체적으로 지지활동을 하는데 따른 지지율 변화도 전망되고 있다.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의 활약에 따라 선거판세는 얼마든지 뒤바뀔 분위기다. 내년 대선과 총선의 전초전으로 얘기되는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선거에 뛰어든 두 후보는 피 말리는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겐 팽팽한 대립양상이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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