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온통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번 재보선이 사실상 내년 대선의 시험대 형식을 띄고 있어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는 박근혜 대세론 속에 최근 안풍(安風)으로 대변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2강체제가 차기 대선구도로서 틀을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도 야권에서는 일찍이 안풍의 영향을 받은 시민사회 진영의 박원순 후보가 선출됐고, 여권의 나경원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지원이 확실시되며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다. 여기에 최근 MB의 지원설이 나돌며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여권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돌풍의 핵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박 전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권 자리를 넘보고 있다. 상대 진영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위원장, 이회창 전 자민련 총재 역시 언제라도 타 후보의 실책을 짓밟고 대권의 유력후보 자리를 꿰찰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전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까지 자천타천 내년 대선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충청도를 비롯한 지방을 찾아 민심을 살피는 이들 잠룡(潛龍)들의 발빠른 대권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총선지형도를 살펴본다.
◇ 미확인 블루칩 ‘박근혜’·저평가된 ‘김문수’
최근 정치인들의 출판이 러시를 이룬 가운데 내년 대선지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한권이 나왔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과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공동집필한 ‘201 잠룡열전’이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박근혜 전 최고위원은 검증안된 ‘블루칩’이라는 평가를받았다.
현재까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그에 대해 여전히 잘모르고 있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부각됐다. 박 전 대표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중시하는 이미지가 큰 장점으로 부각됐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국가비전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나 의원은 “현재로서는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지만 동시에 현재의 지지도로 대선승리까지 가능할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외연확대가 필요한데 박 대표의 측근들은 폐쇄적인 면이 강하고 일부는 이미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판도 듣는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면서 “이제 구체적인 비전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최근 MB의 지지설이 나돌며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김 지사는 능력에 비해 지지도가 낮은 ‘저평가주’로 분류된 것. 나 의원은 “한나라당의 우파적 기본 가치를 지지하면서 낮은 자세의 서민적 이미지로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면서 “김 지사가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여성 지지도가 낮고 대구-경북지역 지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능력은 출중하나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나 의원은 “많은 능력을 갖춘 사람인데 이상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갖는 것에 반감이 많다”고 진단했다.
◇ 야권의 신성 안철수…‘문재인·손학규’ 여전한 잠재후보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차기 대선의 무서운 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교수. 안 교수는 이번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며 공식적으로 정치권 진출을 거부했지만, 여전히 차기 대선후보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며 야권의 공식1위 후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력 면에서는 최고의 자리를 점하고 있지만, 그에겐 여전히 정치와 행정가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에게 IT전도사나 바이러스 전도사 같은 한정된 영역 이상의 능력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며 보여준 결정적인 순간의 느릿한 판단력도 그가 앞으로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나성열 의원과 최홍재 이사의 공저 ‘201 잠룡열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전력이 약점으로 제기됐다. 손 대표에 대한 나성열 의원의 평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6·3세대로 한일협정 반대운동부터 시작해 박정희 독재시설 민주화운동을 하고 감옥에 가서 고초를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스토리도 충분하다”면서도 “그러나 하루아침에 당적을 바꾼 것은 아주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최 이사는 “호남당이나 운동권이라는 색채를 완화하며 중산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 했다. 손대표의 경우 여전히 당적 이탈같은 철새정치인 이미지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문 신드롬’을 일으킨 문재인 이사장은 친노그룹의 열망과 문 이사장 개인적인 매력이 어우러져 대선주자로 부상했지만 지도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나 의원은 “사리사욕이 없어 보이는 깨끗한 이미지와 다른 운동권 출신들보다 합리적이고 점잖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고, 최 이사는 “화합을 중시하고 권력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평가도 언급됐다. 책은 합리적인 진보 성향이나 최근 손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해 ‘좌클릭’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최근의 정 의원의 행보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나 의원은 “정치공학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버리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운찬 ‘대선출마’시사…타천 대권주자 안희정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군소후보들의 대선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권구도의 다변화를 이끌며 차기 대선구도를 역동적인 판세로 몰아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신선한 이변을 일으키는 키맨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 5일 대선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세상일이라는 게,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다만 “너무 바빠서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며 “불과 일주일 만에 여의도를 흔들어놓지 않았습니까? 저는 안철수 현상, 안철수 신드롬이 한국정치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총리 시절 당시 일었던 세종시 논란에 대해서는 “세종시에 정부부처를 보내는 대신 기업도시, 교육도시, 과학도시로 만든다는 안이 아주 합리적이기 때문에 모두 다 찬성할 줄 알았다”며 “아이디어가 관철되지 않아서 당시 참 아쉬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주자로 내몰리고 있다.
안 지사 본인은 언급조차 안하고 있는 데 도의회와 언론 등 충남지역의 여론주도층과 심지어 국회의원들조차 마치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식 사냥을 하고 있다. 일부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5분 발언 또는 지역 행사 때마다 안 지사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행정을 펴고 있는 것처럼 비난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지역 언론에서도 인터뷰 때마다 단골 질문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묻고 답변에 상관 없이 보도내용에 상당한 무게감을 싣고 있다.
이같은 보도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안 지사 측근들은 “아직 취임 1년밖에 안됐고 충남도정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데다 새로운 사업을 꾸려가기에 바쁜 상황에서 여론이 사냥하듯이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서 열린 국회 행안위의 충남도에 대한 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안 지사가 마치 대권에 눈이 어두워 포퓰리즘식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몰아세워 눈길을 끌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 지사의 1년 도정을 평가한 결과 행정가가 아닌 정치가로서의 행보로밖에 안보인다”면서 “충남도민이 도지사의 정치실험 대상이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안 지사의 정치적 스승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만 따를 것이 아니라 실천행보도 본받아서 충남도민들을 위해 백방 뛰어다녀야 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안 지사가 차기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국민으로서 세금납부 등 의무를 다해야 하는 등 주변을 잘 정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개인 신상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의 한 측근은 “정작 본인은 대권 도전에 대해 언급조차 안하고 있는 데 주변에서 마치 사냥을 하듯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도지사로서 도정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 등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일각에서는 정치의 정도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치권 안팎으로 차기 대선 잠룡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이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보완해가는 지가 경쟁력 확보의 우선과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떤 후보는 기존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는 부적절한 이미지를 시급히 보완하거나 청산하고 새 이미지를 구축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된 정치인은 자신의 장점을 얼마만큼 부각시킬수 있을지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시계는 벌써 스타트를 끊었다. 본격 대선레이스에서 한 사람만을 남기고 많은 후보들이 중도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들이 펼칠 치열한 레이스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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