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저축은행 이탈고객 잡아라'

산업1 / 장우진 / 2011-10-04 12:04:24
이탈고객 64만명…금리인상 통해 ‘영업강화’

[토요경제=장우진 기자] 지난 18일 토마토·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피해예금자 및 저축은행 이탈고객 잡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경영진단을 실시한 85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여곳이 1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저축은행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 64만명중 상당수가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인상 등 고객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금리인하에 나서며 자구노력에 나섰으나 고객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량 저축은행 40곳…‘그래도 불안하다’


▲ ‘부산저축은행 5000만원 미만 예금자 모임’의 회원 100여명은 지난 23일 부산 동구 부산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 해체와 점거농성 해제, 조속한 재산실사를 통한 매각 진행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경영진단을 실시한 85개 저축은행의 경영지표를 분석해 저축은행들의 ‘등급’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량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는 곳으로 40여곳이 해당된다.
특히 스타(36.00%), 한신(23.99%), 부림(22.74%), 오성(21.74%) 등 일부 저축은행들은 BIS 비율이 20%를 상회했다. 절반에 가까운 저축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이 증명된 것이다.
물론 BIS 비율이 감독기준인 5~10%인 저축은행도 30여곳에 해당한다.
세종(7.58%), 스마트(8.32%), 엠에스(9.07%), 진흥(9.11%), 인천(9.17%) 등은 현재로서는 안전하지만 자본확충 등 경영개선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기금은 BIS 비율이 5~10%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추후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한 24곳에 공적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이미 저축은행들의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올 상반기부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연이어 터지며 고개들은 더 이상 저축은행에 믿고 돈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업정지를 피해간 모 저축은행의 한 고객은 “영업정지 피해를 입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라며 “그러나 나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주위 사람들도 언제 영업정지 사태가 터질지 몰라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난 19일 하루사이 주요 시중은행은 수진은 약 1조3000억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직전인 16일 증가액 1조6000억원을 합하면 양일간 2조9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달 15일까지 약 2주간 총 수신액 증가액이 7689억원에 비하면 양일간 수신액은 무려 3.8배에 달한다.


◇시중은행, 이탈고객 잡기 총력전


이번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는 약 64만명으로 이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돼 시중은행들은 이탈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여파로 대출자산 확대가 어려워진데다 저축은행 퇴출로 상당수의 예금자가 이탈하자 안정성을 내세워 영업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퇴출명단 발표 이후 신한·외환·국민·농협·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소폭 올렸다.
신한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27일 기준 연 4.05%다. 지난 22일 연 4.05%에 비해 0.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외환은행과 농협은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각각 0.05%포인트, 0.03%포인트 올렸다.
국민은행은 6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0.03%포인트 상향 조정했으며, 기업은행은 2년짜리 예금금리를 연 3.95%에서 연 4.01%로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이달 초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 굴릴 데가 여의치 않은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일제히 낮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시장의 불확실성과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피해 은행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 인하 카드를 썼다”면서 “최근에는 금리를 올려 예수금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후속대책으로 현재 100%인 예대율 기준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낮추려면 대출 총액을 줄이거나 예금 평균 잔액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예대율 준수기한에 여유가 있더라도 신임도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어 시장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이를 맞추려 할 것”이라며 “당장 대출을 줄일 수 없다면 예금을 확대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들은 예보의 가지즙금 지급대행 업무도 개시했다. 이전까지는 농협이 유일한 지급대행 기관이었지만 최근 신한·KB국민·우리·하나·기업은행이 추가됐다. 신규고객 유치의 기회라는 판단에서이다.
즉 저축은행 사태 피해고객이 가지급금 2000만원을 받게 되면 이를 시중은행에 보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예보와 막판 협상을 벌이면서까지 결국 지급대행 업무를 맡게됐다.


◇저축은행, ‘몸집 줄이고 서민금융 거듭나겠다’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 등 고객유치에 나서는 반면 저축은행들은 금리인하를 통해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그 동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를 올렸으나 여신 건전성을 높이고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달 23일 금리를 5.3%에서 5.1%로 인하했다. 한국저축은행은 5.2%에서 5.0%로, 영남저축은행은 5.3%에서 5.0%로 각각 금리를 하향조정했다.
이에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이제는 시장의 안전성과 여신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금리는 낮추더라도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유치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인하만 가지고 고객들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전문가는 “저축은행들이 금리 등 단순수치상의 메리트만 가지고는 고객을 확보하기는 더 이상 힘들 것”이라며 “여신건전성 등 자구노력의 모습을 통해 고객들의 신뢰도를 회복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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