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4자구도 돌입

산업1 / 이민호 / 2011-09-26 12:42:38
정당vs시민, 보수vs진보 기싸움…시민후보 강세속 단일화 여부가 승패 변수

박원순·이석연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적인 경쟁레이스 체제로 돌입했다. 벌써부터 이번 선거는 여야 정당후보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시민후보간 불꽃 튀는 한판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진영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박원순, 이석연이라는 걸출한 두 후보의 등장은 유권자들의 기존 정당풍토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정당체제의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최고위원을,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가 각각 출마했지만 여론조사에서 특히 박 후보에게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여야 정당 모두 최종 승부수로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기존 정당으로의 합류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박·이 두 후보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가열되고 있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의 초반 판세를 점검해본다.


◇시민단체 양 거장 박원순·이석연 서울시장 출사표

이석연 전 법제처장(변호사)과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 21일 10·26 서울시장 보선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행보에 돌입했다.
이 전 처장은 범 보수 시민단체 지지를, 박 이사는 범 야권 시민단체 지원을 각각 받고 이날 출마를 선언한 후 공식 선거 일정에 들어가 향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 여부에 정치권의 비상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이 전 처장도 같은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20여개 보수 시민사회단체가 그를 추대했다.
이 전 처장은 “수도이전이 추진됐을 때 살해 협박을 무릅쓰고 법조인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박 이사 역시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생경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실증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만든 서울은 천만 시민의 서울이 아니다”며 “두 사람의 대권 꿈이 커가는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꿈과 희망은 오히려 축소되고 실종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왼쪽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의원, 이석영 변호사,박원순 변호사, 박영선 민주당 의원


◇한나라, 나경원 출마선언…박근혜 지원이 관건

이 전 처장과 박 전 상임이사가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분열은 필패’라는 심정으로 세력 단일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김충환 의원도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 최고위원이 2004년 일본대사관 주최로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동영상이 공개 돼면서 결국 이 전 처장과 단일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가 나 최고위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치러진 직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표는 우회적으로 나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반대하며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당내 일각에서는 ‘나경원 비토(Veto)론’이 제기됐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선거 지원유세 여부를 묻는 질의에 “모든 이야기에 앞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선 “이미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듯이 지자체별로 형편과 상황에 따라 실시하면 될 문제였다”며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장 직을 걸 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주민투표 지지 입장을 밝혔던 나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나경원 비토론’에 대해 “그런 게 어딨겠는가. 정치권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자체가 좋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또 본인의 ‘무상급식은 지자체별로 실시하면 될 문제였다’는 발언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호소를 할 것인지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게 순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인의 호불호를 언급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의에 “네”라고 대답, 사실상 ‘나경원 비토론’을 부인했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통해 “어떤 계파가 당내 어떤 예비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비토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범여권 시민후보로 나선 가운데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결집을 위해 나 최고위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나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사회 변화의 흐름에 따라 복지 수요 확충 요구가 많은데 이에 맞춰 당론을 바꿀 것은 바꾸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 그동안 확고하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지지했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나 최고위원이 사실상 박 전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봐야죠”라고 즉답을 회피, 이른바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실제로 이뤄질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4인 중 박영선 출마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신계륜 전 의원 등 4명이 경선에 참여한 결과 결국 박영선 의원이 당을 대표하게 됐다.
박 후보는 지난 25일 민주당이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민주당 서울시 당원대회'에서 치러진 현장 당원투표와 사전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38.3%의 지지율을 얻어 당 내 후보로 선출됐다.
기호 2번으로 경선에 나선 박 후보는 당원 7982명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2949표(36.9%),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 39.7%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또 2위를 기록한 기호 1번 천정배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2695표(33.8%)를, 시민 여론조사에서 23.6%를 획득했다.
당원투표 1417표(17.8%), 여론조사 25.9%의 기호 3번 추미애 후보와, 당원투표 921표(11.5%), 여론조사 10.8%의 기호 4번 신계륜 후보는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손학규 대표측과 친노·486·재야그룹 등 다양한 계파의 지지를 받아 비주류인 정동영계의 지원을 받은 천 후보를 당원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모두에서 앞섰다.
특히 경선 전 20%의 여성가산점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된 가운데, 가산점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남성 후보들을 따돌리면서 후보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현재 무소속으로 예비후보에 등록한 박원순 변호사 및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 등과 다음달 3일 야권 단일화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박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무엇보다도 MB 심판"이라며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그리고 반값등록금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민주당의 이름으로 서울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정치는 비판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박원순 예비후보를 겨냥하면서, "서울시는 젊은 서울, 엄마서울, 감동의 서울로서 사람이 대접받는 특별시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맞대결 땐 박원순 50.6% 나경원 34.7%

한편 최근 치러진 여론조사에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맞대결할 경우 박 후보가 나 최고위원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지난 19~20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 거주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50.6%, 나 최고위원은 34.7%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박 후보는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 4구에서 나 최고위원을 46.0% 대 40.2%로 앞섰다. 박원순 예비후보는 보수진영 시민사회단체 후보인 이석연 전 처장과의 맞대결에서도 62.2% 대 11.5%로 크게 앞섰다.
여야 구분 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박원순(32.3%), 나경원(20.1%), 정운찬(6.4%), 박영선(5.5%), 추미애(3.9%), 천정배(3.0%), 이석연(1.3%) 순이었다. ‘모름·무응답’으로 답변한 유동층도 22.3%나 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처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자국면 경쟁체제로 돌입한 양상이다. 정치라는 구조적 특성상 언제든지 공학적 틀에서 합종연횡 또는 전략적 제휴와 결집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박원순 후보와 이석연 후보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높은 지지율이라는 프리미엄을 쉽게 기존 정당에 쉽게 양보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당내 경선을 거쳐 여야 최종 후보가 확정되고, 시민후보간 단일화 여부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제 겨우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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