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잡은 ‘안철수 바이러스’…대선구도 정국요동

산업1 / 이민호 / 2011-09-14 16:00:46

안철수 신드롬이 요즘 큰 파장을 일으키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놓고 고심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후 단숨에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대항마’로 떠오르며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지지율 50%대로 선두를 지키던 안 교수가 5%대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아름다운 양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 지지율 급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안 교수가 박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은 기존 정치권의 공학적 논리로는 전무했던 참신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인해 안 교수는 종전의 깨끗한 이미지에 도덕적 우위마저 확보하며 더 지지율 상승에 더큰 탄력을 받게 됐다.


◇안철수 애초부터 대선 노렸나? 1대1 가상대결 ‘1위’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세간에서는 일찍부터 안 교수가 대통령을 꿈꾸고 시작한 고도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나 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안 교수가 대통령을 박원순 상임이사가 소통령인 서울시장을 차지한다는 포석을 염두해 둔 주장이다. 다수의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앞다퉈 대권권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안 교수가 박 교수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구도가 빠르게 박근혜 대 안철수 1대1 대결구도로 흐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안 교수 양 진영간 물밑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안철수 신드롬’이 몰고 온 정치권 후폭풍과 향후 대선구도를 살펴본다.
국내 통신사 뉴시스는 지난 6일 안 교수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가 19.5%의 지지율을 얻어, 33.4%의 지지율을 기록한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13.1%), 김문수 경기도지사(5.3%)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5.3%), 손학규 민주당 대표(4.4%),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2.8%),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1.8%)순이었다.
안 교수가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상황을 고려한 1대1 가상대결에선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안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양자대결에서 42.4%의 지지율을 얻어, 40.5%를 기록한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의 격차라고는 하지만 박 전 대표가 1대1 가상대결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 주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일부 관측이 제기된 수준임에도 이같은 조사결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안철수 신드롬’이 민심을 요동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에 입문한 바 없으며, 대선 출마도 불투명한 안철수 교수가 이처럼 단숨에 지지율을 확보한 것은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유지해온 박 전 대표에게 커다란 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발 정치 쇼크가 안철수 신드롬으로 이어지면서 기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앗아가버리는 ‘민심의 쓰나미’가 발생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권 모두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틀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정치권 지각변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철수 신드롬에 따른 민심의 쓰나미가 기존의 ‘보수와 진보’ ‘지역적 차별성’ ‘부유층과 빈곤층’과 같은 전통적인 프레임을 뛰어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과 통합 야권의 구도에서 벗어난 정치세력이 분화하면서 ‘합종연횡’이 일어나 정치지형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교수, 독자노선 고수 정치권 제3의 노선 형성

안 교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당분간 기존 정당체제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은 독자적인 제 3의 노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은 젊은 층과 지식인, 특히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폭 넓은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안 원장이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교수의 등장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주 체제로 고착 상태에 접어든 현재의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복지노선 확립 이후 10·26 재보선 지원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선다면 한나라당 후보 대 박원순 변호사의 구도가 아니라, 실상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은 “안 교수가 박 상임이사 외에 다른 야권세력들과 사전조율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향후 야권 대권주자로 가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대선의 교두보라는 의미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당의 후보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안 교수에 대한 열풍이 기존 정치권의 혐오와 실망에 기인한 것인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친박계 의원은 “안 교수가 대권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안철수 바람'이 확산되면서 기존 정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여지가 있다”며 “앞으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고 안 교수의 정치 역량에 대한 평가가 나온 다음의 상황이 어떨게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안 교수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여기다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와 서울시장 보선에서 실패할 경우 대선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구도가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훨씬 더 쉽다"면서 "(박 상임이사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상대 후보 1명이 확정된 만큼

◇친박계 ‘안철수 아직 어려’VS야권 ‘희망 주는 정치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판에 금방 등장한 어린왕자와 같은 고결하고 때묻지 않은 이미지로 (박 전 대표와) 대결구도를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발상”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대권이라는 길은 많은 변수가 있는 장기간의 레이스고, 이번에 안철수 원장이 벌인 일련의 사태는 일종의 소동”이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론 내지는 안철수 원장의 지지도가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내지 대권주자는 국민들에게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역사의식이 어떤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안 교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등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설사 그런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이 계속 지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교수의 후보양보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박원순 상임이사는 안 교수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과 안 교수의 합의가 ‘정치쇼’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에 대해 “현재 정치권의 정치인들이 지금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말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그런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권주자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여의도 정치, 정쟁, 갈등을 넘어서서 희망을 주는 정치, 그런 사람, 그런 리더십, 그런 시스템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대선구도가 이처럼 안철수 대 박근혜간 대결 구도로 흐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상시국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특히 양당은 당장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가 내년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 분수령이라 지도부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등 다수가 서울시장 후보출마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장 시급한 야권단일화 성사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나라당 역시 마땅한 후보자를 놓고 시름하고 있다. 대세가 야권 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대한 반전의 기회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지원도 초미의 관심사다.
오세훈 파동과 뒤이은 ‘안철수 신드롬’으로 인해 지금 정국은 내년 대선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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