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한국사회에서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재벌 2세’나 ‘3세’의 꼬리표를 달게 되면 ‘금수저’나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스스로 힘으로 성공했다기 보다는 부모 잘 만나서 성공한 경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를 잘 만나서 수월하게 취직하는 경우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너 어디 취직할 데 없으면 아빠 회사에 나와서 일이나 좀 도와”라고 하는 간단한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사실 이 경우에도 다른 직원들의 눈초리는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소규모 회사도 이런데 수십조원대 매출을 내는 대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내부의 분위기는 정확히 짐작할 수 없어도 이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썩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남들은 바늘구멍만큼 좁은 입사 절차를 거쳐 혹독한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 올라갈 자리를 단 몇 년만에 쾌속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자녀가 입사 후 임원으로 승진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년이다. 평균 29.7세에 입사해 33.7세에 임원 직함을 단 셈이다. 30대 그룹의 평균 임원 승진 나이는 51.4세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 직함을 다는 경우도 무려 11.9%에 이른다.
대기업의 임원은 일반적인 회사원과는 위치가 다르다.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이며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다. 여기에 ‘오너家 자녀’, ‘경영 후계자’라는 타이틀까지 붙으면 그 무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깐 이들은 ‘공인(公人)’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도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데 거대 자본을 움직이며 수십만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책임지는 기업의 수장이라면 더욱 책임은 무거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간혹 ‘재벌 3세’의 안하무인한 태도와 그로 인한 사건사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거대기업의 높은 자리에 순식간에 오르니 두려울 것이 없을 수 있다. 그런 태도는 결국 ‘갑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뉴스 사회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람들은 어쩌면 오너家 자녀들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갑질로 사고치지 말고 겸손한 태도로 경영에만 매진한다면 ‘재벌’을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조금 수그러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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