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공천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공천을 받지 못한 대다수 의원들이 탈당에 이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당내에서도 친박계와 친이계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탈당을 비롯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총선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또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최근 ‘국민생각’의 박세일 대표와 함께 반박·비박 세력, 민주당 구민주계 등을 규합해 새로운 중도·보수정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공천에 대해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으나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홍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공천 불만에 탈당 줄이어
새누리당은 지난 7일까지 3차에 걸쳐 공천명단을 발표하며 전체 지역구 246곳 중 모두 118개 지역구의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또 경선지역은 47곳,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지역구는 81곳이다.
문제는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탈당을 비롯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 반발은 친이(이명박)계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차 공천명단 발표 당시 대거 낙천한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강력히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공천위를 상대로 현역 25% 컷오프에서 탈락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며 컷오프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유정현 의원은 지난 7일 공천 심사 결과와 관련, “나는 37.6%의 지지도를 얻어 8.3%를 얻은 2위와 29.3%의 격차가 났는데, 공천을 받은 김정 의원은 지지도가 3.1%에 그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 중랑갑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유정연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공천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며 “공천위는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아래 정보를 닫고 있다. 자료는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라디오 대담에 출연, “다음주께 최소 20~30명은 탈당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명단을 갖고 있다”며 무소속 연대 또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8일 새누리당 4선 의원인 이윤성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탈락한 현역의원 가운데 첫 무소속 출마사례다.
이 의원은 “비대위와 공추위가 쇄신공천, 시스템 공천이란 미명아래 ‘과거 한풀이 기준’에 따른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며 “계파가 아닌 유권자에게 직접 심판받겠다”고 무소속 출마의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선거구가 통합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로 여상규 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되자 사천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법적 대응은 물론 무소속 단일후보를 추대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 전 사천시 단일선거구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강대형, 송영곤, 유홍재, 이상의, 이종찬, 정승재 예비후보는 8일 시청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2만 시민의 사천이 인구 5만의 하동군에 집권당 후보를 내줌으로써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작은 지역 후보를 공천하면 필패한다는 전망을 뒤엎고 신속하게 공천관문을 닫아버린 정치적 저의가 무엇인 지 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이라는 대명제 앞에 걸림돌로 작용될 야당후보나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핵심인물의 등원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천 재심청구는 물론 국회의원선거금지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핵심인사, ‘국민생각’ 연합 움직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당내 공천 과정과 관련, “감정적·보복적 공천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은 당이 불공정 공천을 할 경우 4월 총선에 표로써 당에 되돌려 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 속에서도 서울 은평을에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측근인 권택기, 유정연, 진성호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신지호, 진수희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공천지역으로 묶이는 등 수족이 잘려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작심한 듯 기자회견을 통해 “시스템 공천은 계파와 친소관계에 따른 공천, 당내 반대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이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어 “현역의원 25% 컷오프 조항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다면 최소한 탈락자들에게는 조사결과를 열람시켜 주거나 공개해야 한다”며 공천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제나라 재상 관중의 말을 인용해 “현명한 군주는 어떤 사람도 싫어하지 않고 물리치지 않았기에 수많은 대중을 이끌 수 있었다고 한다”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낙천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며 “이 말은 낙천자들이 승복할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권 원로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최근 ‘국민생각’의 박세일 대표와 함께 반박·비박 세력, 민주당 구민주계 등을 규합해 새로운 중도·보수정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김 의장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도 “여러 세력이 연대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을 만들어보자”고 권유했다. 또 안상수 전 대표, 정의화·원희룡 의원,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등과도 접촉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자유선진당 측과도 연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의 한광옥 상임고문이 모두 지난해부터 김 의장과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지사측 역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친이계 인사들은 새누리당에서 20~30명이 탈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높다고 공공연히 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공천갈등 정면돌파 의지
이 같은 상황에 박근혜 위원장이 친이계의 반발로 격화된 ‘공천갈등’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낙천 의원들의 재심요구가 잇따르고 대규모 무소속 연대 및 제3당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공정한 기준에 따른 시스템 공천의 결과로 친이·친박의 계파 안배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공천결과와 관련해 “공천위에서는 현역의원 25% 컷오프룰과 도덕성, 경쟁력 등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공천심사 기준에 친이·친박 개념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며 “마무리가 되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해 친이계의 공천학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달라질 수 있다는게 친박계 물갈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친이·친박에 따라 공천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도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 움직임과 관련해 “탈당을 해도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야권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비대위원은 지난 8일 BBS 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 “공천 반발자들 보면 서울이 많은데 서울은 어차피 야권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경남의 경우 “무소속 출마자가 속출하게 되면 민주통합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며 “이 부분은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의 낙천자 영입에 대해 이 비대위원은 “박 대표의 창당의 변이 가치정당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국민생각) 사람들을 보면 가치를 느낄 수가 없다”며 “이 당, 저 당에서 낙천한 사람들을 영입해 후보로 내면 창당의 변이 완전히 무색해 지고 그야말로 낙엽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생각의 후보영입 가능성에 대해선 “수도권에서 몇 명이 국민생각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영남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며 “영남은 탈락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국민생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민생각이 정운찬 전 총리 영입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 그는 “그런 면에서 국민생각의 파괴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정 전 총리를 영입하게 되면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한명숙 공격…박근혜 ‘진퇴양난’
그러나 박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내홍 뿐 아니라 외풍도 막아내야 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야권의 대권 라이벌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명숙 대표 등도 박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문 상임고문은 지난 7일 입장 발표문을 내고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철학은 밀어 붙이기로 일관하고, 소통을 거부하는 권위주의 정치 철학”이라며 “박 위원장은 유신독재와 그 시절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잘못된 것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있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 것인지 거꾸로 제기하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며 “유족에게 돌려줄 것이 아니라면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 관련이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힐난했다.
한명숙 대표 역시 지난달 말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박 위원장이 부산의 민심을 듣고싶다면 먼저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고 부산일보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제주 구럼비 바위 폭파와 부산일보 사태 등으로 여권에 대한 젊은 층의 여론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 위원장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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