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김 행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내부 인사 2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실시, 김 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김 행장이 주인의식을 갖고 강한 결단력과 도전 정신으로 하나금융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행장의 ‘포스트 김승유’ 시대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어진 과제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과의 융합 과제를 시작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또 김승유 회장의 연임 포기 등 회장 내정과정이 급박하게 흘러가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조직내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주인의식·기업가 정신 높이 평가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중책이 주어진다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달 27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 차기회장을 결정짓는 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역할과 소임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다른 이들의 조언과 충고도 마음 깊이 듣겠다”며 “하나금융을 위해 리더로서 방향을 제시해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퍼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하나은행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제 이름을 딴 ‘Joy Together’를 외치며 직원들과 하나가 됐던 것처럼 앞으로도 즐거운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행장은 하나금융 차기회장으로 내정됐다.
회추위 관계자는 “성장중인 하나금융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라며 “최근 인수한 외환은행을 비롯한 내부 문제 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하나금융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김 행장이 기업가 정신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외환銀 융합 관건
그동안 차기회장 후보로는 8명이 올랐고, 유력 후보군으로는 3~4명으로 압축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제외되거나 본인이 고사한 경우가 나오며 최종 2명이 회장후보 면접에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일찌감치 김 회장의 우세를 점쳤다. 김 행장은 1992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합류, 20여년간 ‘하나맨’으로 지내면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김 행장은 주인의식과 함께 그룹사정을 가장 잘 아는 만큼 각종 내부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그러나 ‘포스트 김승유’ 시대가 핑크빛 미래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과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내홍과 향후 지주향방이 관건이다. 인수 마무리에도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과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융화시키는지가 중요하다. 단순 조직융화를 넘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뱅크 50위 도약, 국내 빅4(KB·신한·우리) 지주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정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김승유 그늘 벗어나야
김 행장이 성과로 지표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변 우려를 씻어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이 회장으로 내정되는데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31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 회의에서 김승유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군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이사회는 김 회장의 사의를 만류해왔지만 김 회장의 강한 의지에경발위는 김 회장을 제외한 명단을 회추위에 넘겼다.
1월 11일에는 김종열 전 사장의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외환은행 인수과정이 더디어지자 이에 총대를 매고 사퇴했다. 김 전 사장은 유력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던 만큼 각종 억마저 난무했다. 또 다른 후보군이이었던 윤용로 전 부행장은 지난달 20일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차기 회장에 있어 김 행장도 유력한 후보군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간감이 없지 않다. 이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회장직에 오르는 것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의 비교도 나오고 있다. 한 회장 역시 당시 최장수 회장직을 역임한 라응찬 회장(20년)의 뒤를 잇고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당시 ‘친라(親羅)’와 ‘반라(反羅’로 나뉘던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며 부드러운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 한 회장은 당시 ‘신한사태’에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이 불미스러운 퇴임에 따라 지주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김 행장은 김 회장의 역임을 강력히 원함에도 연임 포기에 회장직을 이어받게 됐다. 또 김 회장의 카리스마가 워낙에 강력했던 만큼 자칫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할지 이에 따른 질책은 가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금융관계자는 “김 행장의 업무 능력과 친화력 등 회장 자질은 충분하다”며 “단 김승유 회장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력해 자칫 들러리에 그칠 수 있는 만큼 빠른시일내에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 부행장 겸 가계금융그룹 총괄대표,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부터 하나은행 은행장을 맡아왔다.
2009년 대한민국 글로벌 CEO, 유로머니지 선정 7년 연속 베스트 프라이빗 뱅크(Best Private Bank), 2001년 더 뱅크지 선정 대한민국 최초 Best PB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된 김 행장은 내달 7일께 열리는 이사회와 23일 주주총회를 통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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