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4세 박중원씨 이번엔 사기혐의?

산업1 / 이준혁 / 2012-08-24 14:43:27
5천만원 안갚아 피소…두산 "그룹과 관계 없다"

두산그룹이 사실상 그룹과 관계가 없는 먼 친척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두산가의 4세이자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 씨가 올해 3월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자에게 5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박 씨는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지내다 아버지대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 이후 현재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삼촌 및 사촌들과는 결별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박 씨의 사기혐의 고소사건이 ‘두산가 4세의 사기사건’ 으로 알려져 그룹측에서도 달갑지 않은 분위기이다. 현재 박 씨는 주가조각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3심을 앞두고 있다.


◇ 사기혐의 고소
서울 강남경찰서는 5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44)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 당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모(29)씨는 박씨가 '2주 뒤 200만원의 이자를 주겠다'고 해 5000만원을 빌려줬으나 두달이 지나도록 돈을 받지 못했다.


또 홍씨는 지난 6월 접수한 고소장에서 "박씨가 한남동의 빌라 유치권 문제를 해결 후 은행 대출금으로 돈을 갚겠다고 했으나 확인결과 그 빌라는 다른 사람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고소인과 합의할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며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박씨에게 지난 13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박승직 창업자의 증손자로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상무였던 중원 씨는 두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2005년 7월 그룹에서 퇴출됐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룹과는 관계없는 일인데 언론에 보도돼 불쾌하지만 그렇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주가조작 혐의 실형 선고
앞서 지난 2010년 2월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임시규)는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우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기소된 박중원씨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시장질서의 유지는 중요한 가치에 해당한다”며 “박 씨는 이를 교란시켜 구체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특정 계열 지배주주와 관련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자금 투자 없이 손쉽게 경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가 재판 중 가족을 잃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실형 선고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씨는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 주를 31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또 뉴월코프를 운영하면서 36억7400만 원 이상의 자금을 빼돌려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재무상태가 부실한 미국계 회사를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인수해 회사에 6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지난 2009년 7월 “박씨가 재벌가의 지위를 이용해 언론 인터뷰나 공시 등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며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린 데 상응하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 소송으로 얼룩진 재벌가
두산그룹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형제경영’이라는 외부에서 보기에 좋은 전통을 갖고 있었지만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퇴색됐다.


발단은 창업 109주년이던 2005년 7월18일 故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박용성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부터다. 당시 형제경영의 전통을 무난히 잇는 듯 했지만 며칠 후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의 취임에 반발해 이사회 하루 전에 ‘두산 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형제의 난’의 시작이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경영권 다툼은 결국 양쪽의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분식회계 등을 통해 10여 년간 32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산배분 비율대로 나눠가진 것이 들통 났다.


오너 일가는 이 돈으로 세금을 내거나 부동산 구입, 사찰 시주를 하기도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문제는 장기간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검찰은 관련자 3명을 모두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 한 점이다. 당연히 시민단체와 사회적 반발을 샀다.


당시 불구속 이유로 회자된 것이 두산 오너형제들을 구속했을 때 안기부 도청사건으로 조사 대상이던 이건희 회장의 신변 처리를 두고 후폭풍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의혹도 있었다.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박용오 전 회장은 그룹은 물론 가문에서도 제명됐으며 재계에서는 승자 없는 ‘형제의 난’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박 전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2008년 4월 성지건설 회장에 오르며 재기를 노렸으나 자금 압박과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11월4일 자택에서 자살하고 만다.


◇ 두산 그룹 박용만 회장 체제로, 그 배경에는?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박용만 ㈜두산 회장이 선임됐다. 나이 순서대로 경영을 도맡아하는 ‘형제경영’ 차원으로 읽히지만 재계에서는 ‘장자승계’를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보고 있다.


형제경영으로 알려진 두산그룹 역시 다른 재벌가처럼 장자승계가 원칙이다. 즉 박용만 회장이 앞으로 3년가량 그룹을 이끌며 시간을 벌고 그룹의 장자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큰 아들)의 경영 능력 논란을 잠재워 그룹 회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사전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애초 박용현 회장이 등장했던 2009년에도 차기 그룹 회장은 박정원 회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장자승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게 두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문제는 그룹의 장자인 박정원 회장의 경영 능력이다. 그동안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며 그룹 내 입지를 넓혀왔지만 두산건설이 유동성 위기라는 암초를 만나 전면에 나서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룹에서 유동성을 지원받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2007년 두산건설의 전신인 두산산업개발 등기임원에 올랐던 박정원 회장은 2009년 3월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다. 하지만 회사는 2008년부터 본격화한 불황에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경영이 악화되며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채비율 상승은 물론 당기순이익도 대폭 급감했다.


건설업계의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이 일로 박정원 회장에 대한 경영 능력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결국 이번 회장 선임에서도 막내 작은아버지인 박용만 회장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장자승계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家에서 가장 많은 ㈜두산 지분(5.29%)을 갖고 있고, 4세들 중 유일하게 지주사인 ㈜두산 사내이사에 재선임 됐기 때문이다.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룹을 이끌던 시절에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만큼 4세들의 경우 장자승계 원칙을 분명히 해 경영권 다툼을 없애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여기다 두산건설이 불황을 벗어나지 못한 만큼 경영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번에 박용만 회장을 내세웠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그룹을 이끌던 박용현 회장도 형제의 난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됐었다.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을 의업에 종사한 만큼 다른 형제들과 달리 부정적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박용현 회장 취임 이후 안정적인 기반을 닦는 등 이미지 개선에 효과를 봤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