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닷컴 부흥기로 불리는 ‘소셜’ 열풍을 불러온 두 IT기업, ‘페이스북’과 ‘그루폰’이 기업공개(IPO) 이후 추락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최초 공모가의 절반으로 주저 앉았고 그루폰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1/4 수준이다.
기업공개 이전 지분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공모가에 되팔아 큰 수익을 내고 빠져나왔지만 ‘소셜 버블’에 눈이 멀어 뛰어든 투자자들은 현재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양 사 모두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토대로 적절한 수익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이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3500만명이라는 막대한 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 또한 비슷한 처지에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페이스북과 그루폰의 실수를 답습한다면 몰락을 피하기 어려울것이란 지적이다.

‘소셜’시대가 열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저마다 소셜을 내세우며 급성장을 이뤘다. 전통적인 IT기업들도 ‘소셜’을 대세로 받아 들이며 너나 할 것 없이 '소셜이 곧 IT의 미래'인 양 이를 새로운 가치로 받들었다.
이런 소셜시대를 대표한 기업이 바로 ‘페이스북’과 ‘그루폰’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현재 약 9억명에 이른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은 매해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퍼센트까지 급성장 하며 덩치를 키워 결국 상장기업으로 거듭났다. 사람들이 ‘소셜’에 열광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 꿈에서 깰 시점이 왔다.
◇ 페이스북, ‘반토막’
지난 16일 페이스북의 주가는 결국 2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액셀파트너스로부터 골드만삭스 등의 회사들과 징가의 CEO 마크 핀커스 및 페이스북 임원들인 제임스 브레이어 등 초기 투자자들과 내부자들이 지닌 수백만 주의 판매를 금지한 ‘록업’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지난 20일엔 페이스북 주가가 공모가(38 달러)의 절반 수준 이하인 18.75 달러까지 추락했다가 오후 마감 시간을 앞두고 20.01 달러로 반등했다. 3개월 전 증권가의 큰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던 페이스북은 그 뒤 공모가를 넘지 못하다가 최근에는 그 절반 수준 밑으로의 하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끝에 이날 한때나마 그 경지에 빠졌다.
심지어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피터 시엘도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을 매각했다. 하지만 美CNN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주식 매각으로 1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결제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유명 벤처투자가인 피터 시엘은 지난 2004년 페이스북의 창업주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창업할 당시 다른 투자가들과 공동으로 펀드를 구성, 50만달러를 투자했고 지난주 주식 보호예수 규정에 묶여있던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 1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보호예수는 기업공개 또는 인수합병(M&A)시 내부자나 벤처금융가의 불공정한 차익거래로부터 다수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요건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주식매도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최근 페이스북의 공시에 따르면 피터 시엘이 운용하는 펀드는 페이스북 주식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지난 16일 2000만주를 주당 19.27∼20.69달러에 매각해 3억9580만달러를 챙겼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지난 5월 페이스북 기업공개(IPO) 당시에도 1680만주를 매각해 6억4000만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페이스북의 광고 수입이 늘어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페이스북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매각 제한 시한이 올 가을 만료되면 시장에 주식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루폰의 추락엔 ‘바닥’이 없다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도 비슷한, 아니 오히려 더 최악의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새로운 인터넷 붐을 기대했던 초기 후원자들조차도 기업에 신뢰를 잃은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11월 당초 20달러의 공모가로 출발했던 그루폰은 21일 현재 4.54달러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 2000년 닷컴 거품 붕괴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그루폰이 일반에 공개되기 이전에 투자했던 미국 넷스케이프 창설자인 마크 앤드리슨 등 초기 투자자 중 적어도 4명이 최근 몇 달 사이 주식을 아예 매각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보유주식 수를 줄인 상황이다.
1990년대 닷컴 붐을 타고 네스케이프를 창립했던 앤드리슨은 그루폰이 급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후원자 중 한 명이다. 그의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비츠는 그루폰이 기업공개를 하기 전 4천만 달러를 투자했었다. 그러나 그는 기업공개 이후 그루폰 주식 510만주를 매각해 거의 1400만 달러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3월말 현재 633만주를 갖고 있던 헤지펀드인 매버릭 캐피탈 역시 보유주식 수를 200만주 이하로 낮췄다. 뮤추얼 펀드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역시 보유하고 있던 그루폰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매각했고, 스웨덴의 한 투자회사도 838만주를 팔았다.
◇ “사용자 많다고 돈벌이 되는것 아냐”
이렇듯 ‘소셜’로 새 시대를 열 것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과 그루폰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자 국내 ‘소셜’ 기업들도 새로운 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승훈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춤거리는 페이스북 SNS시장 변화의 신호탄?’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의 위기와 관련, 국내 소셜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를 촉구했다.
이 연구원은 페이스북 위기의 단초를 꾸준히 제기돼온 광고 외 수익모델 부재에서 찾았다. 또 모바일 환경으로의 진입에 관한 불확실성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위기 이유로 꼽았다.
또 특정 분야의 관심에 기반, 사용자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주는 특화된 기업들의 급성장도 페이스북의 주가하락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 페이스북도 또 하나의 IT 버블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도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바일 환경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OS가 갖고 있는 기술적, 플랫폼적 영향력이 아직도 강력해 쉽게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이 연구원은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국내 업체들은 페이스북의 현 상황을 그냥 넘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사용자가 있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경우 페이스북과 같이 경영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에서다.
이 연구원은 “이번 페이스북의 행보는 국내 SNS 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페이스북이 모바일 환경에서 확고한 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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