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R&D, 설비투자 따라잡아…격차 0.6조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08-28 22:24:44
상반기 R&D 27.4조·시설투자 28조…2년 새 비율 68→98%
시설투자도 21% 늘렸는데 R&D 52% 확대…영업현금흐름 145조
▲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가 올해 상반기 시설투자 규모를 사실상 따라잡았다. R&D는 27조3627억원으로 시설투자 27조9864억원의 97.8%까지 올라왔다. 2024년 상반기 67.8%, 지난해 78.2%에서 2년 만에 30%포인트 높아졌다. 설비투자를 줄여 생긴 변화도 아니다. 시설투자를 21.2% 늘리는 동안 R&D를 51.5% 확대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자금을 생산능력뿐 아니라 기술개발에도 비슷한 규모로 투입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28일 토요경제 기업 재무분석실이 삼성전자 최근 3개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변화는 금액 차이에서도 뚜렷했다. 2024년 상반기 R&D는 15조8695억원, 시설투자는 23조4084억원으로 두 항목의 격차가 7조5389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각각 18조641억원과 23조964억원으로 격차가 5조32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6237억원까지 좁혀졌다. 설비와 기술개발 사이의 자원배분 격차가 2년 만에 12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두 숫자는 회계적으로 같은 성격은 아니다. 시설투자는 건물과 생산장비 등을 자산으로 인식한 뒤 내용연수에 걸쳐 감가상각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R&D 27조3627억원 가운데 정부보조금 7억원을 제외한 27조3620억원을 당기비용으로 처리했다. R&D와 시설투자를 단순 합산해 ‘55조원 투자’라고 보는 것보다, 현재 이익에서 바로 비용으로 부담하는 연구개발 규모가 자산으로 축적되는 시설투자와 거의 같아졌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대규모 R&D 비용을 흡수할 재무체력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146조7252억원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45조35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9410억원의 4.3배로 늘었다. 영업활동 과정에서 매출채권 등 자산·부채 증가로 42조3540억원의 현금 감소 효과가 발생했는데도 145조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했다.

현금흐름표상 유형자산 취득에 실제 지출된 금액은 31조2348억원이다. 회사가 사업보고서에서 별도로 제시한 시설투자액 27조9864억원과는 집계 범위와 인식 시점 등이 달라 직접 같은 숫자로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영업현금흐름이 유형자산 취득액의 4.7배에 달했다는 점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외부 차입보다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감당할 여력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시설투자의 방향은 반도체에 집중됐다. 전체 27조9864억원 가운데 DS부문에 25조6030억원이 투입됐다. 91.5%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1조3346억원, 기타 부문에는 1조488억원이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수요 대응, 시스템반도체 첨단 노드 생산능력 확보에 투자를 집중했다고 밝혔다.

R&D 확대는 실제 제품 개발과도 연결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는 최선단 1c D램과 4나노 베이스다이를 적용한 HBM4 양산, 초당 3.6TB 수준의 HBM4E 12단 샘플 출하, PCIe 6.0 기반 서버용 SSD 개발 등이 상반기 주요 연구개발 성과로 기재됐다. 설비투자와 R&D가 동시에 반도체 선단 기술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매출 대비 R&D 비율이다. R&D 지출이 51.5% 늘었는데도 매출 대비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8%에서 올해 9.0%로 낮아졌다. 상반기 매출이 153조7068억원에서 305조3729억원으로 98.7% 증가해 R&D보다 더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연구개발비는 사상 최대인데 매출이 이를 흡수하는 능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삼성전자 투자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R&D 27조원이라는 절대 규모만이 아니다. 설비투자도 상반기 최대 수준으로 늘리는 가운데 R&D가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이를 뒷받침할 현금창출력도 크게 확대됐다. 2024년 68%였던 R&D와 시설투자의 규모 비율이 올해 98%까지 올라온 것은 삼성전자가 AI 호황의 과실을 증설에만 투입하지 않고 생산능력과 기술개발이라는 두 축에 거의 같은 규모로 배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2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3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4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과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외식업체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영업과 마케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영양사·조리사까지 모집 분야도 다양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15일까지 2026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과 외국인 유학생 지원서를 접수한다.모집 분야는 B2C영업과 B2B영업·마케팅, 홍보영양, 마케팅, 영업지원, 글로벌

    5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가 같은 날 LFP와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했다. 빠르게 커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는 대규모 LFP 소재를 확보하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2027년 양산을 뒷받침할 핵심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과 2027~2032년까지 약 6조원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