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공장 뒤에 156조 금융망…HCA ABS 100회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8-31 16:39:45
현대캐피탈아메리카 33년간 1130억달러 조달
북미 생산 50만대 추가·부품조달 80%로 확대
생산·판매·금융까지 미국 현지 체계 구축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8.26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데 이어 소비자가 차를 살 돈까지 현지에서 조달하는 체계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금융회사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는 지난 26일 100번째 자산유동화증권(ABS) 거래를 마쳤다. 1993년 이후 ABS로 조달한 누적 금액은 1130억달러, 약 156조5000억원이다. 같은 날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대 추가하고 현지 부품 조달률을 8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1130억달러는 현재 HCA의 차입금이 아니라 33년 동안 ABS를 통해 마련한 누적 조달액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판매를 뒷받침할 금융망을 장기간 구축해왔다는 의미다.

HCA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부와 리스 금융을 제공한다. 딜러가 판매용 차량을 확보할 때 필요한 재고금융도 지원한다. 현재 300만명 이상의 고객과 1800곳 이상의 딜러가 HCA 금융을 이용한다.

자금은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다. HCA는 소비자의 자동차 할부채권과 리스채권, 딜러 재고금융채권을 각각 묶어 ABS로 발행한다.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아 먼저 빌려준 자금을 회수한 뒤 다시 신규 대출에 활용하는 구조다.

올해도 조달은 이어졌다. HCA는 지난 6월 자동차 할부채권을 기초로 한 HART 2026-B를 발행해 21억8707만달러를 조달했다. 약 3조원 규모다. 선순위 채권은 피치와 S&P에서 최고 수준의 구조화금융 신용등급을 받았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늘수록 금융망의 역할도 커진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48만9656대를 판매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북미 전체 판매량도 59만5457대로 사상 최대였다.

생산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에서 연간 50만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현지 부품 조달률을 당초 목표인 60%에서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북미 하이브리드 차종도 10종 이상으로 늘린다.

차량을 많이 생산한다고 판매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소비자는 할부와 리스를 많이 이용하고 딜러 역시 대규모 재고를 확보하려면 금융이 필요하다. 생산능력이 커질수록 판매금융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

현대차의 미국 사업은 이에 따라 생산·부품·금융 세 축으로 현지화하고 있다. 현지 공장에서 차를 만들고 미국 부품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HCA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돈을 소비자와 딜러에게 공급한다.

금융사업은 현대차 실적에서도 역할을 키우고 있다. 올해 2분기 금융부문 영업이익은 7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다. 자동차부문이 관세와 인센티브, 원가 부담을 받은 상황에서 금융부문이 연결 실적을 보완했다.

금융망 확대에는 위험도 따른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경기 둔화로 자동차 대출 연체가 늘면 대손비용도 커질 수 있다. ABS 발행 규모 자체보다 조달금리와 연체율, 금융자산 건전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 26일 현대차의 북미 생산 확대와 HCA의 ABS 100회 기록이 동시에 나온 것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현대차(대표이사 호세 무뇨스)의 미국 전략은 공장 증설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에서 차를 만들고 부품을 조달한 뒤 미국 투자자의 자금으로 소비자와 딜러의 구매까지 지원한다. 생산에서 판매, 금융까지 미국 안에서 연결하는 구조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도 판매대수만으로는 부족하다. 늘어나는 생산량을 HCA가 얼마나 안정적인 조달과 건전한 자동차금융으로 소화하느냐가 미국 사업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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