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관세전쟁, USMCA 균열…韓 자동차엔 반사이익·배터리는 부담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8-24 17:37:26
美, 캐나다산 200억달러에 50% 관세…캐나다 다음달 8일 맞보복, 한국차 15% 관세 경쟁력은 유지
▲ Ai 생성 이미지[토요경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다음달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긴다. 한국에는 단기적으로 자동차의 미국 시장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캐나다에 대규모 배터리·소재 공장을 구축한 국내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 관세를 발효했다. 대상은 약 200억달러로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다. 일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던 제품도 포함됐다. AP는 관세 대상에 식품·화장품·가구 등을 포함한다고 전했다. 기존 철강·알루미늄·목재·자동차 관세도 별도로 유지된다.

캐나다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크 카니 총리는 22일 미국 제품에 “달러 대 달러(dollar-for-dollar)”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8일부터 철강·유제품·전자제품·농기계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카니 총리가 현재 상황을 “미국과 무역전쟁 중(at war with the United States over trade)”이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협상은 타결 직전까지 갔다.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현재 25%에서 15%로 낮추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자동차의 북미산 부품 인정 범위와 캐나다의 제3국 무역협정 권한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협상이 막판에 깨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양국이 연간 약 9000억달러를 거래하는 관계에서 “전면적 무역전쟁(all-out trade war)”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자동차에는 당장 반사이익이 생길 수 있다. 한·미 무역합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미국 관세율은 15%다. 캐나다산 자동차는 현재 25%를 부담한다. 캐나다가 요구했던 15% 인하가 무산되면서 현대차·기아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은 캐나다산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게 됐다. 로이터도 지난 17일 캐나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내려갈 경우 일본·한국·유럽 업체가 가진 상대적 가격 우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상 결렬로 그 격차가 그대로 남은 셈이다.

다만 북미 현지생산까지 고려하면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 한 대에는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부품이 여러 차례 국경을 넘나든다.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USMCA 원산지 규정이 강화될 경우 업체당 연간 최소 2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 부품가격이 오르면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현대차·기아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는 더 민감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의 넥스트스타에너지(NextStar Energy)를 올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공장에는 50억캐나다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포스코퓨처엠도 GM과 캐나다 퀘벡에서 얼티엄캠(Ultium CAM)을 운영하며 북미용 양극재를 올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투자는 캐나다와 미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북미 공급망 전략에 기반한다.

현재 발표된 50% 관세가 한국 기업의 캐나다 배터리·양극재 생산품을 직접 겨냥했다고 확인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번 충돌이 USMCA 자체로 번질 가능성이다. WSJ와 AP는 이번 협상 결렬이 내년 USMCA 재협상의 존속 여부까지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북미산 인정 기준을 좁히거나 캐나다산 부품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면 캐나다에 투자한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공급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금융시장도 경계하고 있다. 24일 아시아 시장에서 캐나다달러는 미국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고 한국 증시도 하락했다. FT는 미국 내에서도 캐나다 관세가 제조업 원가와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민주 양당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가 미국 물가를 다시 밀어올리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 한국의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에도 간접적인 부담이 된다.

24일 오후 5시 기준 한국경제가 봐야 할 핵심은 캐나다산 제품 200억달러 자체가 아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으로 묶인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도 50%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당장은 한국 자동차가 캐나다산보다 낮은 15% 관세를 적용받아 경쟁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USMCA 체제가 흔들리면 북미를 하나의 생산기지로 보고 배터리·소재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는 비용이 돌아온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에 ‘관세의 반사이익’과 ‘공급망 분절 비용’을 동시에 던졌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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