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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로고/사진 [연합뉴스] |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 넘게 늘고 다음 분기 매출도 10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엔비디아는 이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매출을 한 푼도 넣지 않았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중국 수요 없이도 고성장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는 AI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962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약 923억달러도 웃돌았다. AI 반도체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늘었다. 순이익은 596억8800만달러로 126% 증가했다.
성장 속도는 당분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을 1080억달러±2%로 예상했다. 회사는 이 전망에서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8회계연도 매출이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예상치 약 45%를 크게 웃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 구축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The AI infrastructure buildout is at full steam)”고 말했다.
수요처도 넓어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날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해 최신 GPU 200만개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FT는 아마존·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AI 투자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는 흐름이 엔비디아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특정 AI 연구소에 집중됐던 투자가 여러 빅테크와 AI 기업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에는 엔비디아 매출보다 공급 제약이 더 중요하다. 크레스 CFO는 고객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공급 부족 때문에 실제 매출 증가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엔비디아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에는 비용이지만 HBM과 서버용 D램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에는 높은 가동률과 가격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업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약 57%로 가장 높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객사가 요구하는 향후 3년간 HBM 물량이 회사 생산능력을 크게 웃돈다고 밝혔다. AI 투자가 일시적 재고 축적이 아니라 장기 계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수출에도 직접 연결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79% 증가한 410억달러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404% 늘었다. 전체 수출은 62.8% 증가한 988억9000만달러였다. 엔비디아가 중국 매출 없이도 고성장을 제시했다는 점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미·중 통상갈등에 따른 중국 변수만으로 급격히 꺾일 가능성을 낮춘다.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는 이날 엔비디아 실적 발표 뒤 한국 코스피가 1.8% 상승해 아시아 주요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는데도 반도체주 강세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WSJ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반도체주가 엔비디아 실적을 계기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위험도 남아 있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직접 자금을 대거나 보증을 제공하면서 이른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논란을 받고 있다. FT는 엔비디아가 금융회사들과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 점을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기업의 실제 수익이 투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금의 설비투자 속도도 꺾일 수 있다.
27일 오후 5시 기준 한국경제가 봐야 할 핵심은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 자체보다 '중국 매출을 제외하고도 AI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점'이다. 한국의 최근 수출과 세수, 설비투자까지 반도체 호황에 크게 기대고 있다. 엔비디아의 1080억달러 매출 전망과 2028회계연도 70% 성장 전망이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반도체 사이클도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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