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당겨 받지만 월 38만원…노후소득 보완책, 안착은 아직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10 06:17:32
전 생보사 확대 시행 약 6개월…초기 신청 실적 제한적
평균 유동화 금액 연 455만원, 월 환산 37만9000원 수준
인지도·상속 수요·수령액 한계가 제도 확산 변수
▲ [Ai 생성]

 

금융당국이 고령층의 노후소득 보완을 위해 도입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전 생명보험사 확대 시행 약 6개월을 맞았다. 사망 이후 유족이 받던 종신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초기 평균 수령액은 월 37만9000원 수준에 그쳐 생활비 보완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취지는 분명하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이고, 보험계약자가 보유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시장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소비자 인지도와 수령액 수준, 상속 재원으로서의 사망보험금 성격이 제도 확산의 변수로 꼽힌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을 생전에 연금 형태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는 계약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이 보험금을 받는 구조였지만, 유동화 신청을 하면 계약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

대상은 만 55세 이상, 10년 이상 유지한 종신보험 계약자다. 보험료 납입이 끝난 금리확정형 계약이어야 하며,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이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유동화한 금액은 연지급 또는 월지급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제도는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생명 등 5개 생보사에서 우선 출시됐다. 당시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였다. 이후 올해 1월부터 19개 생보사로 확대되면서 대상 계약은 60만건, 가입금액은 25조6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이 약 75만9000건, 가입금액 35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대출 발생과 계약 해지 등으로 실제 전 생보사 확대 시점의 대상 계약은 60만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 초기 신청 1262건…월 환산 평균 37만9000원

초기 성적표는 기대보다 낮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사망보험금 유동화 누적 신청 건수는 1262건, 초년도 지급액은 57억5000만원이었다. 건당 평균 유동화 금액은 연 455만8000원이다. 월 환산 기준으로는 약 37만9000원 수준이다.

이는 노후 생활비 전반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노후소득의 빈틈을 메우는 보조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은퇴 생활비의 중심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령액이 기대보다 낮게 보이는 배경에는 산정 방식이 있다. 소비자는 사망보험금 일부를 당겨 받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실제 유동화 재원은 사망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해약환급금을 기초로 산정된다. 이 때문에 가입금액이 크더라도 실제 월 수령액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노후 생활자금 확보 수단을 하나 더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제도만으로 충분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구조는 아닌 만큼 소비자가 예상 수령액과 잔여 사망보험금 변화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비대면·월지급형 도입…접근성은 개선

금융당국과 생보업계는 제도 안착을 위해 접근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대면 신청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이후 비대면 신청이 가능해졌다. 지급 방식도 연지급형 외에 월지급형이 도입됐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제도임에도 비대면 신청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청 방식은 비대면이 약 67%, 대면이 약 32% 수준이다. 초기 대면 중심 절차가 비대면으로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용자는 은퇴 전후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약 65세 수준이다. 주요 신청 배경은 노후 생활자금 마련 수요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유동화가 어려웠던 보험자산을 노후자금 활용 목적으로 전환하려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며 “노후자산 활용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헬스케어·요양 서비스와 연계한 ‘서비스형’ 상품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고령층의 건강관리와 돌봄 수요를 결합하려는 시도다. 다만 서비스형 상품이 실제 소비자 수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 인지도·상속 수요·수령액 한계가 확산 변수

제도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인지도다. 종신보험 가입자 가운데 자신이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신청 후 실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다.

사망보험금을 상속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변수다. 종신보험은 본래 유족 보장을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계약자가 생전에 보험금을 일부 유동화하면 사망 이후 유족이 받을 보험금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계약자 본인의 노후자금 필요와 가족의 상속·보장 수요가 충돌할 수 있다.

수령액의 체감 효과도 과제다. 평균 월 37만9000원은 노후소득 보조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생활비 부담을 크게 줄이기에는 제한적이다. 특히 의료비와 주거비 부담이 큰 고령층에게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늦춰지는 가운데 은퇴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울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대가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아직 제도 초기인 점을 고려할 때 안착 여부를 좀 더 트래킹할 필요가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별도 현황을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노후자금 활용 수단을 다양화하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 제도 초기인 만큼 실제 수요와 활용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고령층이 보유한 보험자산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도가 노후소득 보완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수령액, 명확한 상품 설명, 가족 보장 축소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시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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