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HEV·기아 유럽 EV…갈린 수출축, 이유는 '정책·차종·현지생산'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09-14 16:11:47
1~7월 친환경차 수출 22.3%↑
미국 EV 세액공제 종료 뒤 HEV 수요 확대
유럽은 보조금·탄소규제에 EV 신차 효과 겹쳐
▲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V80. [현대차그룹 ]

 

현대차와 기아의 친환경차 수출 성장축이 미국 하이브리드차(HEV)와 유럽 전기차(EV)로 갈렸다. 미국에서는 EV 지원 축소 이후 하이브리드 수요가 커진 반면 유럽은 보조금과 탄소규제, 신차 출시가 맞물려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의 차종 투입과 현지생산 시점 차이까지 겹쳤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수출은 59만1471대로 전년 동기보다 22.3% 증가했다.

현대차에서는 미국행 하이브리드가 두드러졌다. 1~7월 미국으로 수출한 HEV는 12만1027대로 70.1% 증가했다. 현대차 전체 하이브리드 수출에서 미국 비중도 40.2%에서 49.4%로 높아졌다.

배경에는 미국 자동차시장의 수요 변화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연방정부의 최대 7500달러 EV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미국 EV 시장이 세액공제 종료와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는 반면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와 저가형 차량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상품 구성도 이 시장에 맞춰 움직였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북미에서 59만5457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을 냈고 투싼과 팰리세이드 등 SU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2030년 북미 하이브리드 차종을 10종 이상으로 늘리고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반면 기아의 수출 성장축은 유럽 전기차다. 올해 1~7월 기아의 EV 수출은 10만3823대로 34.3% 늘었고, 이 가운데 유럽행은 8만428대로 44.7% 증가했다. 유럽 비중도 71.9%에서 77.5%로 높아졌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글로벌 EV 판매 증가를 유럽이 주도했다. 각국의 구매지원 확대와 높은 유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형 EV 출시가 수요를 끌어올렸다. 7월 기준 유럽 주요 16개 시장에서 EV가 신차 판매의 25.7%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EU의 탄소배출 규제도 전기차 수요를 받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다시 크게 늘면서 내연기관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압력까지 약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시장의 EV 판매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기아는 이 시기에 EV 신차를 집중 투입했다. EV2와 EV4·EV5,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등이 판매에 가세하면서 올해 2분기 서유럽 EV 판매는 5만2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01.5% 늘었다. 기아도 공식적으로 미국에서는 HEV, 서유럽에서는 EV 수요 증가에 맞춰 권역별 파워트레인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EV 수출 감소에는 현지생산 확대도 함께 봐야 한다. 현대차의 1~7월 EV 수출은 5만8193대로 12.4% 감소했지만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이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EV 가운데 한국에서 선적할 필요가 없는 물량이 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출 감소를 곧바로 현지 판매 부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기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현지 생산하고 유럽에서는 EV2와 EV4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생산이 늘어나면 앞으로는 판매가 증가해도 한국에서 출발하는 수출 물량은 오히려 줄 수 있다.

결국 올해 친환경차 수출의 차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다른 전동화 전략을 선택해서라기보다 시장 환경과 신차 주기, 생산거점 변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미국에서는 EV 보조금 축소 이후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인 전동화 수요를 흡수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정책지원과 탄소규제, 신형 EV가 시장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HEV에서, 기아는 유럽 EV에서 이 변화의 효과를 먼저 받고 있다.

앞으로 봐야 할 숫자도 수출량 하나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EV·HEV 판매량과 현지생산 비중을 함께 봐야 현대차·기아의 실제 전동화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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