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GM 지분까지 품은 계산…美공장 ESS부터 생산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09-07 21:53:01
27GWh EV 합작공장 수요 변화에 선제 대응
건설 중 자산 8259억…가동 전 용도 전환해 유휴설비 부담 낮춰
▲ 삼성SDI 기흥사업장(본사). [삼성SDI]

 

삼성SDI가 제너럴모터스(GM)와 짓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단독 소유로 전환, ESS 배터리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다리며 대규모 설비를 놀리는 대신 공장이 완공되기 전에 빠르게 성장하는 ESS 쪽으로 생산 용도를 돌린 것이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보다 이미 투입한 자본의 가동률을 높이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7일 토요경제가 삼성SDI(대표이사 최주선)의 공시와 미국 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건설 중인 시너지셀즈는 당초 2027년부터 연간 2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됐다. 삼성SDI와 GM은 2024년 약 35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고 향후 생산능력을 36GWh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양사는 지난달 기존 합작구조를 정리했다. 삼성SDI는 GM이 가진 시너지셀즈 지분 49.99%를 인수해 북미 첫 100% 단독 생산기지로 만들었다. 공장은 현재 건설 중이며 삼성SDI는 완공 후 초기 생산품을 ESS용 배터리로 가져갈 계획이다. GM과는 차세대 각형 전기차 배터리 공동개발을 계속해 향후 EV 배터리를 생산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재무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이미 공장에 상당한 자본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삼성SDI 공시상 시너지셀즈 LLC의 자산은 지난해 말 74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8259억원으로 늘었다. 아직 공장이 건설 중이어서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비가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GM의 지분 철수 자체보다 삼성SDI가 공장을 포기하지 않고 생산 목적을 바꾼 선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전용으로 완공한 뒤 수요 부족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손익을 압박한다. 반면 건설 단계에서 ESS 수요를 반영하면 공장을 실제 주문이 발생하는 제품에 먼저 투입할 수 있다.

회계적으로도 시점이 중요하다. 국제회계기준 IAS 16은 건설 중인 유형자산이 경영진이 의도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부터 감가상각하도록 한다. 아직 건설 중인 시너지셀즈의 생산계획을 가동 전에 조정하는 것은 완공된 EV 설비를 사후 개조하는 것보다 향후 가동률과 투자효율을 관리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수요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삼성SDI 미국법인은 지난 3월 현지 에너지기업과 올해부터 2029년까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초기에는 NCA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LFP 제품으로 확대하는 구조다.

삼성SDI는 별도의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인 스타플러스에너지에서도 미국 ESS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NCA 기반 ESS 배터리의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4분기 LFP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했던 미국 ESS 생산능력 목표는 올해 말 약 30GWh다. 여기에 시너지셀즈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미국 내 생산 포트폴리오를 EV와 ESS 수요에 따라 조절할 여지가 커진다. 다만 삼성SDI는 시너지셀즈의 ESS 전환 후 정확한 생산능력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토요경제가 앞서 분석한 상반기 실적 변화와도 연결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83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8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2분기에는 배터리사업이 1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SS와 UPS·BBU 등 전기차 이외의 수요가 실적 회복을 보완했다.

다만 시너지셀즈를 단독 소유하는 것이 부담 없이 이익만 늘리는 결정은 아니다. GM이 보유했던 지분까지 삼성SDI가 가져온 만큼 향후 공장 투자와 운영 위험도 삼성SDI가 더 크게 부담하게 된다. GM 지분 인수가격과 ESS 전환에 필요한 추가 설비투자 규모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장이 아직 건설 단계라는 점은 삼성SDI에 선택지를 남겼다. 당초 27GWh 규모 EV 생산시설로 계획한 자산을 전기차 수요 회복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현재 주문이 확대되는 ESS에 먼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GM과 공동 개발한 각형 배터리 수요가 커지면 다시 EV 물량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SDI가 시너지셀즈에서 보여준 전략의 핵심은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이미 투입한 자본을 어느 제품에 먼저 배치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느냐에 있다. EV 캐즘으로 자칫 저가동 자산이 될 수 있었던 미국 공장을 가동 전에 ESS 생산기지로 돌린 선택이 실제 수주와 이익으로 연결된다면 삼성SDI의 북미 투자는 설비 확대보다 자본효율 개선이라는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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