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에 커진 RWA 부담…은행 해외사업도 ‘외형’보다 ‘자본효율’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08 15:00:40
외화자산 원화 환산액 증가에 CET1 하락 압력
KB·신한, 1분기 환율 영향으로 RWA 증가 확인
해외점포 확대보다 수익성·통화별 익스포저 관리 강화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돌면서 은행권의 해외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 기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단순한 자산 성장이나 점포 확대보다 자본효율성과 수익성을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고환율이 은행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법인과 지점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진다. 이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지고, 은행 건전성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환율 상승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RWA는 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해 산출하는 지표다. RWA가 늘면 같은 자본을 보유하더라도 CET1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 실적 설명에서도 환율 영향은 주요 RWA 증가 요인으로 언급됐다. KB금융은 1분기 RWA 증가분 가운데 환율 영향이 약 5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외화 RWA 증가분이 약 3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약 1~3b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bp는 0.01%포인트다. 개별 금융지주의 외화자산 규모와 통화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수록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환율 민감도 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구조적 외환포지션 한도를 확대하며 금융회사의 환율 변동 대응 여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외화자산 자체가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RWA 증가 압력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동남아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 영업 기반 강화를 추진해왔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고, 신한금융은 일본과 베트남에서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아시아 네트워크 확충에 주력하고 있으며, 우리금융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해외 자산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늘어난 자산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자본을 얼마나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 상승기에 외화대출과 현지 법인 투자는 원화 기준 RWA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신규 사업 검토 과정에서 자본 사용량과 위험 대비 수익성을 함께 따질 필요가 커졌다.

은행권은 현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관리 가능한 범위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 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RWA와 자본비율 관리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외 점포별 RWA와 자본 사용 현황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만을 이유로 글로벌 사업 계획을 조정하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외형 확대보다 자본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질적 성장 기조 아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통화별 익스포저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자산은 원화 약세 구간에서 환산 실적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엔화나 일부 신흥국 통화 자산은 환율 흐름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 사업의 실적 기여도뿐 아니라 자본 부담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결국 고환율은 은행권 해외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진출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외형 확대만으로 성장성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환율 1500원대 환경에서는 글로벌 사업도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느냐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동차보험료 정합성 검증 기술 특허 취득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동차보험료 정합성 검증 기술 특허 취득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 간 오차를 자동으로 검증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시 보험료 정합성을 검증하는 기능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9일 밝혔다.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설계사(FP)들이 여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를 한 번에 조회·비교하는 ‘비교견

    2
    LF푸드, 500억 M&A 뒤 ‘한반12’ 키운다…HMR 수익화 시험대

    LF푸드, 500억 M&A 뒤 ‘한반12’ 키운다…HMR 수익화 시험대

    LF푸드가 지난해 제조 역량을 강화한 데 이어 프리미엄 한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한반12’를 전면 개편했다. 식자재 소싱과 소스·면·육가공 제조 능력을 소비자 제품에 결합하고 판매망까지 넓혀 B2B에서 쌓은 경쟁력을 B2C 매출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F푸드는 한반12에 신제품 4종을 추가해 총 12종의 제품군을 구축했다.

    3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최대 80만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다음 과제는 완성차 조립라인보다 부품 공급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HMGMA에 붙어 있는 현대모비스의 배터리시스템·주요 모듈 생산능력은 연 30만대, 현대트랜시스 시트는 42만대 규모다. 현대제철의 현지 강판 가공능력도 향후 40만대분까지

    4
    [건설업 소식] GS·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롯데·대우·쌍용·한화 건설부문·대보

    [건설업 소식] GS·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롯데·대우·쌍용·한화 건설부문·대보

    건설업계가 정비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수주부터 리모델링, 스마트건설, 주택 공급까지 사업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하루 동안 1조원이 넘는 재건축 사업 계약을 알렸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총사업비 2조원대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은 정비·리모델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은 인공지능(AI)을 활용

    5
    삼성은 AI·한화는 6833억 함정…포스코는 창사 첫 파업

    삼성은 AI·한화는 6833억 함정…포스코는 창사 첫 파업

    9일 오전 국내 주요 그룹의 산업 이슈는 AI와 차세대 제조기술, 해외 수주와 현지화로 모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제조에 특화된 자체 AI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차세대 노광공정 협력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중심이던 자율주행 전략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까지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각각 태국과 필리핀에서 함정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