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키운 AI기업에 실리콘밸리 베팅…투자전략 첫 외부 검증

IT·플랫폼 / 황세림 기자 / 2026-07-23 14:47:22
피닉스랩 800만달러 시드투자 추진·멘로벤처스 참여…2분기 기저 부담에도 연간 영업익 43.5% 증가 전망
▲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의 인공지능(AI) 투자 전략이 내부 평가이익을 넘어 외부 자본의 검증 단계로 진입했다. 회사가 직접 발굴·육성한 미국 바이오 AI 기업 피닉스랩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로부터 8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당장 SK네트웍스에 현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 자금으로 키운 AI 기업의 성장성을 외부 투자자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투자 선순환 구조의 첫 사례로 평가된다.

23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피닉스랩은 영업상 상호를 ‘케이론(Cheiron)’으로 정하고 800만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절차는 올해 하반기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리드 투자자로는 앤트로픽과 우버 등에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가 참여했다.

피닉스랩은 SK네트웍스가 2024년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AI·바이오 연구진을 발굴해 설립을 지원한 기업이다. 피닉스랩이 개발한 케이론은 의생명과학과 임상, 허가, 특허 정보를 연결해 신약 개발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AI 운영체제다. 보령·한미약품·동아쏘시오그룹·GC녹십자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개발과 허가, 경쟁사 분석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SK네트웍스의 초기 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외부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한 첫 사례다. 그동안 SK네트웍스의 AI 전환이 투자 확대와 제품 출시 단계에 머물렀다면, 피닉스랩은 외부 시장에서 기업가치와 사업성을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또 다른 투자기업인 업스테이지의 가치 상승도 SK네트웍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뒷받침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24년 업스테이지 시리즈B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 콜옵션 행사와 시리즈C 투자에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약 1220억원이며 지분율은 12.9%다.

재무제표에도 투자 성과가 일부 반영됐다. SK네트웍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434억원, 영업이익 334억원, 당기순이익 4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102.4% 증가했고 순이익은 5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SK네트웍스는 AI 관련 펀드의 투자자산 평가이익과 자산 효율화가 순이익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2분기 예고실적은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증권사 분기 추정치 가운데 삼성증권은 지난 4월 SK네트웍스의 2분기 매출을 1조6223억원, 영업이익을 279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을 111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약 7.0%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35.1% 감소하는 수치다.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2분기의 높은 기저 영향이 크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2분기 단통법 폐지에 대비해 정보통신 부문의 마케팅 비용 집행 시기를 뒤로 조정하면서 4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연된 비용은 이후 분기에 반영됐다. 따라서 올해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와 단순 비교하기보다 사업별 이익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은 2분기 워커힐 매출을 8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9%, 영업이익을 67억원으로 45.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SK매직 매출도 2234억원으로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 부문의 일시적인 비용 효과가 줄어드는 대신 호텔과 구독가전 등 반복적인 영업활동에서 이익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전망은 상향됐다. 흥국증권은 SK네트웍스의 올해 매출을 7조3000억원, 영업이익을 1238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7.5%, 43.5% 증가한 규모다. SK인텔릭스는 렌털 계정 증가와 가입자당 평균매출 상승으로 760억원의 영업이익을, 워커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본업의 판매 채널도 넓어지고 있다. SK인텔릭스는 전국 우리은행 영업점에 SK매직 공기청정기를 공급하고 정기적인 필터 교체와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워커힐은 자체 브랜드인 ‘워커힐 프래그런스’를 객실 어메니티로 도입하고 호텔 내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도 판매한다. 일회성 제품 판매에서 구독 관리와 자체 브랜드 유통으로 수익원을 확장하는 움직임이다.

SK네트웍스의 최근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AI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사업자로서의 성과다. 피닉스랩의 투자 유치는 아직 투자금 회수나 연결 실적 증가로 이어진 단계는 아니다. 투자 이후 기업가치와 SK네트웍스의 보유 지분율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닉스랩이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업스테이지의 지분가치가 부각되는 흐름은 SK네트웍스의 AI 투자 전략이 자체 평가만으로 유지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업에서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고 이를 AI 기업에 투자한 뒤 외부 투자와 사업 확장으로 가치를 높이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SK네트웍스의 사업지주회사 전환도 한층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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