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재고이익서 정제마진으로… 실적 반등 질 달라져

산업 / 양지욱 / 2026-07-23 13:56:18
1분기 영업이익 9335억원…2분기는 본업 수익성 개선 기대
대산 석화 통합·SAF·디지털 주유소로 사업구조 전환 가속
▲ HD현대오일뱅크 CI
HD현대오일뱅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을 넘어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 반등의 질을 높이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석유제품을 정제해 벌어들이는 본업 수익성이 실적을 떠받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산 석유화학 사업 통합과 지속가능항공유(SAF), 디지털 주유 서비스 확대도 중장기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송명준·정임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7155억원, 영업이익 93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01.6%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481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12.1%에 달했다. 

 

실적 개선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보유 원유와 제품의 재고 가치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그러나 2분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정제마진이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변동에 따른 일회성 이익보다 원유를 휘발유·경유·항공유로 전환해 얻는 본업 이익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약 9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분기에는 정제마진 확대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진정된 이후에도 중동 지역 정제설비 피해와 공급 정상화 지연으로 석유제품 수급이 당분간 빠듯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유가 급등 효과가 컸던 1분기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돌고, 항공유와 경유 수요도 견조해 감소 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평가이익이 줄어도 정유 본업이 이익을 내는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실적의 지속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높은 고도화율도 정제마진 상승기에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루 52만배럴의 정제능력과 약 42%의 고도화율을 보유하고 있다. 고도화율은 값싼 중질유를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최상위권 수준이다. 내수 경질유 시장 점유율도 약 20%로 견고한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의 체질 개선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제출한 ‘대산 1호’ 사업재편안을 석유화학 구조개편 1호 프로젝트로 승인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을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양사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는 구조다. 양사는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출자한다. 

사업재편의 핵심은 단순한 몸집 확대가 아니다. 연산 110만톤 규모의 노후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하고 중복·적자 설비를 정리하는 대신, 고탄성 경량소재와 이차전지 핵심소재, 바이오 나프타 기반 친환경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는 구조다. 정부도 신규 자금과 영구채 전환 등을 포함해 2조1000억원 이상의 금융·세제·기술개발 지원책을 마련했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범용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고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기업결합 심의에 착수하면서 통합 작업은 마지막 인허가 단계에 들어갔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 제한 여부가 심사 대상이지만, 시정방안을 거쳐 승인되면 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부문의 대규모 적자 설비를 효율화하고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친환경 연료 사업도 기존 정유설비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 인천~고베 국제선에 2026년까지 SAF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 규모는 해당 노선 항공기 약 90대분이다. 회사는 기존 정유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며,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 인증인 ISCC CORSIA도 확보했다. 국내 SAF 혼합의무화가 시작되는 2027년에 앞서 생산과 판매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전국 주유소망도 단순한 석유제품 판매망에서 자동차 생활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주유소 부문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보너스카드 애플리케이션 ‘카앤(Car&)’을 통해 스마트주유와 세차, 경정비, 멤버십 서비스를 연결하고 주유소 현장 서비스 관리도 강화한 결과다. 

최근에는 카앤 앱에 고급휘발유 고객을 위한 ‘카젠라운지’를 신설했다. 주유 실적에 따라 추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급휘발유 이용자를 멤버십 고객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정유사가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부가 제품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당 매출과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남은 과제는 재무구조다.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 순차입금은 2024년 말 8조6000억원에서 2025년 말 8조9000억원, 올해 3월 말 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대산 사업재편 과정에서도 6000억원의 추가 출자가 필요하다. HD현대케미칼이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면 회계상 순차입금은 크게 줄어들 수 있지만, 자금보충 약정 등 실질적인 지원 부담은 남는다.

그럼에도 올해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실적을 받치고, 중기적으로는 대산 석유화학 통합이 적자 설비와 공급과잉 부담을 줄인다. 장기적으로는 SAF와 디지털 주유 플랫폼이 기존 정유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한다.

1분기 실적 급증만 놓고 보면 유가 상승이 만든 일시적 반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분기 정제마진 개선과 석유화학 구조조정, 친환경 연료 및 유통망 고도화를 함께 보면 HD현대오일뱅크의 변화는 단순한 업황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차입금 관리가 뒤따른다면 올해는 실적 반등을 넘어 사업구조 전환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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