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부채 400%기업 BHI에 국책사업 집중…공공 발주 ‘재무 검증’ 논란

산업 / 양지욱 / 2026-06-15 10:43:25
수주 전후 BHI 부채비율 2023년 말 477%→2026년 1분기 393%대
경쟁 업체 동기간 53%→55% 수준… 남동발전 “절차상 문제 없다”

한국남동발전(이하 남동발전)의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관련 여러 설비 발주가 재무 리스크 검증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남동발전이 여러 계약 방식으로 발주를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주요 물량이 수주 전후 400% 안팎의 높은 부채비율을 보인 ‘비에이치아이(이하 BHI)’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업체에 몰린 발주가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 발주처가 낙찰업체의 재무 안정성과 계약 수행능력을 충분히 검증했느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본지 취재와 KEPCO 전자조달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2024년부터 2026년 초까지 복합발전소 관련 주기기·HRSG 발주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적 대화, 유찰 뒤 수의계약, 자체 발주 등 서로 다른 방식이 적용됐지만 주요 HRSG 관련 물량은 BHI가 낙찰 받았다.

 

HRSG는 배열회수보일러로 가스터빈에서 나온 고온 배기가스의 열을 회수해 증기를 만들고, 발전효율을 높이는 복합화력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논란은 BHI의 재무구조다. BHI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말 약 477.2%였다. 2024년 말 350.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2025년 말 367.6%, 2026년 1분기 말 393.2%로 다시 올라 400%에 근접했다.

반면 경쟁사로 거론된 ‘SNT에너지’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안정적이었다. 2023년 말 약 53.3%, 2024년 말 68.7%, 2025년 말 61.7%, 2026년 1분기 말 약 54.5% 수준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보면 BHI 부채비율은 SNT에너지의 약 6배다.

BHI 측은 이에 대해 “수주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수주 시 유입되는 선수금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면서 발생한 착시 현상일 뿐, 실제 재무 건전성은 견고하다”고 해명했다.

수주산업에서 선수금과 초과청구공사가 부채로 잡히는 것은 일반적이다. 따라서 부채비율만으로 계약 수행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BHI의 재무제표에는 별도로 점검해야 할 항목도 적지 않다.

BHI는 2026년 1분기 통화선도 평가손실 335억원, 외환스왑 평가손실 2억원을 인식했다. 파생상품 거래손실도 29억원 발생했다. 거래이익을 감안해도 파생상품 관련 순손실은 300억원을 넘는다. 회사는 수출대금과 수입대금의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이라고 설명하지만, 환헤지 거래가 단기 손익 변동성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 해외법인인 ‘BHI E&C ISRAEL’은 올해 1분기 말 자산 12억원, 부채 112억원, 자본 -100억원 수준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법인은 1분기에만 22억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2025년 말에도 자본이 -74억원 수준으로 이미 잠식 상태였다.


남동발전은 재무 안정성 심사 여부에 대해 “입찰 기업의 재정 건전성 평가는 조달청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인 신용도 평가등급의 경영상태 평가기준에 따른 것으로, 발주처가 임의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라고 전해왔다.

남동발전과 BHI는 “모든 절차가 국가계약법과 조달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쟁적 대화, 재공고 유찰 뒤 수의계약, 자체 발주 등은 일정 요건에서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절차상 적법성과 공공 발주 리스크 관리는 별개다.

대형 발전설비는 계약 체결로 끝나지 않는다. 제작, 납품, 설치, 시운전까지 장기간 수행능력이 필요하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에 발주가 집중될 경우, 납기와 품질 리스크가 공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다원시스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다원시스는 코레일과 ITX-마음 등 철도차량 구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납품 지연과 계약 해지,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감사에서는 선급금 목적 외 사용, 생산라인 증설 미이행, 필요 자재·부품 부족 등이 계약 위반 사항으로 지적됐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실패가 아니라 자금 집행, 생산능력, 부품 조달, 공정관리 검증의 실패였다.

발전설비와 철도차량은 분야가 다르다. 그러나 공공사업에서 업체의 재무와 생산 수행능력 검증이 부족하면 사업 차질이 공공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남동발전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더라도, 공공 발주에서 실질 경쟁과 재무 리스크 검증이 충분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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