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약만 팔지 않는다…디지털·신약·만성질환으로 시장 넓힌다

산업 / 황세림 기자 / 2026-06-16 12:51:43
동아에스티는 스마트병원, 유한양행은 알레르기 신약, JW중외제약은 이상지질혈증 처방시장 공략

국내 제약사들이 전통적인 의약품 판매를 넘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병원 솔루션으로, 유한양행은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로, JW중외제약은 만성질환 처방시장에서 각각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병원 디지털 전환, 전문 치료제 수요 확대가 제약업계의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 동아ST-메쥬-피플앤드테크놀러지 3사 임직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협력 강화 위한 공동 워크샵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동아ST]

 

동아에스티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메쥬, 피플앤드테크놀러지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3사 공동 워크숍을 열었다. 목표는 스마트병원 솔루션 시장 공략이다.

동아에스티는 웨어러블 원격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하이카디’의 영업과 마케팅을 맡고 있다. 하이카디 개발사인 메쥬는 기술을 제공하고, 피플앤드테크놀러지는 의료기관 플랫폼 연동과 운영 기반을 지원한다. 제약사가 제품 판매망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데이터와 병원 운영 솔루션으로 영역을 넓히는 구조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의 인력 부담, 환자 모니터링 수요,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이 맞물리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반 원격 모니터링은 입원 환자와 고위험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병원 핵심 기술로 꼽힌다. 동아에스티가 디지털헬스케어사업실을 신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기존 치료제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유한양행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의 임상 1b상 결과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에서 발표했다.

레시게르셉트는 항-IgE 계열의 장기 지속형 융합단백질 신약 후보물질이다. 혈중 유리 IgE를 중화해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조절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임상 1b상은 총 46명을 대상으로 반복 투여 시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을 평가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반복 투여 조건에서도 약물 관련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혈중 유리 IgE는 용량 의존적으로 감소했고, 감소 효과도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총 IgE 기저 수치가 높은 대상자가 포함된 코호트에서는 혈중 유리 IgE가 25ng/mL 미만으로 유지된 기간의 중앙값이 레시게르셉트 투여군에서 15일로 나타났다. 위약군과 오말리주맙 투여군은 각각 0일이었다.

다만 아직 임상 초기 단계다. 레시게르셉트가 실제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과 후속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더 입증해야 한다. 유한양행은 2020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해당 후보물질을 도입했으며,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알레르기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글로벌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 ‘리바로젯 2/10㎎’.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만성질환 처방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젯 2/10㎎’은 지난 4월 기준 스타틴·에제티미브 2제 복합제 전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유비스트 기준 매출은 88억원, 시장점유율은 6.59%였다.

리바로젯은 피타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국내 첫 2제 복합 개량신약이다. 피타바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에제티미브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LDL 콜레스테롤 조절을 돕는다. 리바로젯 2/10㎎은 종합병원, 병원, 의원 채널은 물론 신경과와 내분비내과 등 주요 진료과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장기 복용과 지속 관리가 필요한 대표 만성질환이다. 환자 규모가 크고 처방 지속성이 높아 제약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시장이다. JW중외제약은 피타바스타틴 기반 단일제 ‘리바로’와 복합제 ‘리바로젯’ 라인업을 확대하며 처방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피타바스타틴 1㎎과 에제티미브 10㎎을 결합한 저용량 제품도 출시했다.

세 회사의 전략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동아에스티는 병원 디지털 전환 시장으로, 유한양행은 글로벌 신약 시장으로, JW중외제약은 만성질환 처방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약사의 경쟁력이 더 이상 영업망과 기존 제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 현장 도입과 데이터 연동이 성패를 가른다. 신약 후보물질은 후속 임상과 기술수출 가능성이 핵심이다. 만성질환 치료제는 처방 근거와 제품 라인업 관리가 중요하다. 국내 제약업계의 성장 경쟁은 이제 약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어떤 시장을 먼저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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