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금 5%가 15%로 뛴다…증권사 유동성 흔드는 ‘구간 효과’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9-15 10:51:47
순위험증거금비율 3배 넘으면 높은 부과율 전체에 적용
6월 대형IB 전단채 잔액 23.6조원…시장 변동성 재확대 때 단기 유동성 부담 변수
▲ AI 생성 이미지

 

증권사의 신용위험거래증거금이 위험 규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 있는 ‘구간 효과’가 단기 유동성 관리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순위험증거금비율이 2 이상 3 미만일 때 5%인 부과율은 3 이상 4 미만으로 올라가면 15%로 뛰고, 높아진 부과율은 초과분이 아닌 전체에 적용된다.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위험비율이 임계구간을 넘어설 경우 증권사의 증거금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 크게 뛸 수 있는 구조다.

15일 NICE신용평가가 발간한 ‘증권업 호황의 이면, 시험대에 오른 이익의 지속가능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와 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거래증거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증거금 산출 대상 포지션이 확대된 데다 시장위험을 반영한 증거금률까지 올라간 영향이다.

실제 유가증권시장 주권의 기본증거금률은 지난해 12월 9.41%에서 올해 6월 13.49%로 약 43%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신용위험거래증거금 산출방식까지 개편되면서 증거금 부담이 단순 비례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신용위험거래증거금 부과율은 순위험증거금비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5 이상 2 미만은 2.5%, 2 이상 3 미만은 5%, 3 이상 4 미만은 15%, 4 이상 5 미만은 20%, 5 이상은 30%다.

특히 구간을 넘어설 때 높은 부과율이 기준 초과분에만 적용되는 누진 방식이 아니라 전체에 적용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예컨대 순위험증거금비율이 3 미만에서 3 이상으로 높아지면 적용 부과율이 5%에서 15%로 상승한다. NICE신용평가는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증거금 수요가 ‘비선형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험비율이 임계구간을 넘느냐에 따라 단기 유동성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시장 변동성과 거래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증거금 산출 대상 자체가 늘어나는 동시에 적용 부과율의 구간 변화까지 겹칠 가능성이 있다.

올해 6월 대형 투자은행(IB)의 단기자금 조달 확대는 증거금 부담과 유동성 수요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대형IB 9개사의 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은 6월 25일 23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발행한도 대비 잔액 비율도 61.7%까지 상승했다. 당시 발행된 전자단기사채 가운데 51%는 만기가 10일 이하였고, 90일 미만까지 포함하면 98%에 달했다.

NICE신용평가는 증거금과 같은 단기성 자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비용과 자금 운용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IB가 초단기 조달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봤다. 다만 당시 단기조달 확대를 신용위험거래증거금 산식 개편 하나의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증시 변동성 확대와 거래대금 증가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대형IB 자체의 차환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R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발행어음 등 활용할 수 있는 조달수단이 다양하고 담보자산과 시장 신인도도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사의 단기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시장 내 가용 유동성을 줄여 중소형 증권사의 발행금리와 조달 만기, 차환 여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6월의 긴장은 이후 완화됐다. 8월 말 대형IB의 전자단기사채 한도 대비 조달액 비율은 9.2%로 낮아졌다. NICE신용평가는 단기자금 수요가 6월보다 안정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증거금 부담과 시장 쏠림이 남아 있어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유사한 자금 수급 불균형이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

시장 규모가 과거보다 크게 커졌다는 점도 변수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ETF 추산치를 포함한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월 약 138조원으로 2017~2025년 장기 평균인 21조원의 6.6배였다. 직전 호황기 고점인 2021년 1월 48조원과 비교해도 2.9배다.

8월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91조7000억원으로 6월보다 33% 줄었다. 거래 규모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당장의 부담은 낮아졌지만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증거금률 상승과 순위험증거금비율의 구간 이동이 맞물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결국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을 볼 때 증거금의 절대 규모만 살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순위험증거금비율이 어느 구간에 위치해 있는지, 다음 임계구간을 넘어설 경우 부과율이 얼마나 뛰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시장위험이 조금 높아진 상황에서도 증거금 부담은 계단식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

NICE신용평가는 증시 변동성과 증거금 부담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릴 경우 증권사의 단기 유동성 수요와 조달 구조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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