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국 30년, 남긴 것과 접는 것”…일본이 먼저 겪은 ‘재편의 공식’

산업 / 이덕형 / 2026-04-28 09:30:18
철수 아닌 구조조정…생산은 분산, 시장은 선별…중국 전략의 재정의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내 텔레비전·가전 판매 축소를 검토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 전략이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한 철수가 아니라 생산과 시장 기능을 분리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과거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경험한 흐름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2026년형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이헌 부사장, 손태용 부사장, 용석우 사장, 한국총괄 임성택 부사장, 김용훈 상무./사진=삼성전자

 

일본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삼성전자가 연내 중국에서 가전·TV 판매사업을 철수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이후 중국을 핵심 생산기지이자 성장시장으로 활용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사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판매 사업은 축소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시안 반도체 공장 등 일부 생산 거점은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 비중 축소’라는 전략적 변화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기업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겪어온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은 한때 정점에 달했지만 이후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2012년 1만4394개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4년에는 1만3034개사로 줄었다. 

 

정점 대비 약 1360개사가 감소한 셈이다. 다만 2022년 1만2706개사보다 2024년에는 328개사가 늘어나, 전면 철수라기보다 축소와 재진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재편 국면으로 해석된다.

투자 흐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대중 직접투자는 2024년 5116억엔, 약 34억달러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투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생산기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던 국면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2024년 기준 중국 내 일본 기업 가운데 사업을 이전하거나 철수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당장 중국을 떠나기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생산과 조달망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으로 분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현장에서는 선택적 철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중국 내 엔진 합작사업을 종료하며 사실상 현지 사업 철수를 마무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철수는 단순한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됐다는 신호”라며 “현지 업체들이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외국 기업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과 유통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일본제철은 중국 바오산강철과의 자동차강판 합작에서 지분을 넘기며 생산 축소에 나섰고, 이세탄미쓰코시홀딩스는 상하이 이세탄 백화점을 2024년 6월 폐점하며 27년 운영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배경은 명확하다. 먼저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다. 과거 저임금 생산기지였던 중국은 비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생산 이전 유인이 커졌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자동차와 가전, 전자 분야에서 현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본 기업의 브랜드 우위가 약화됐다.

정치·외교 리스크 역시 영향을 미쳤다. △센카쿠 갈등과 반일 시위, 미중 갈등, 경제안보 규제 등은 장기 투자에 불확실성을 높였다. 코로나19 봉쇄 이후에는 △공급망 리스크까지 부각되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본격화됐다.

결국 일본 기업의 경험은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거대한 시장이자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도 이 연장선에 있다. 중국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은 글로벌 공급망에 맞게 분산하고, 시장은 경쟁 가능한 영역만 남기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한국 기업들의 중국 전략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산업 관계자는 “지금의 변화는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 리스크 관리’ 단계로 보는 것이 맞다”며 “한국 기업들도 일본처럼 생산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분산하고, 중국은 선택적 시장으로 접근하는 구조가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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