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픽한 LG의 정교한 ‘로봇 역량’…가전에서 ‘피지컬 AI 거인’ 넘본다

IT·플랫폼 / 양지욱 / 2026-06-10 18:19:50
엔비디아의 두뇌와 LG의 몸통·신경망 결합…‘피지컬 AI’ 동맹 가속화
모터·센서 등 H/W 내재화에 국가 AI 프로젝트 1위 S/W 경쟁력까지 갖춰
로봇 제조‘악시움’내년부터 본격 상용화…“양사 협업 구체적 로드맵은 미확정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 만난 뒤 브리핑을 마치며 박수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두 번의 회동을 만들며 차세대 AI 파트너십을 구체화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플랫폼·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LG가 실제 제품과 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LG 로봇 구동화 역량’이 시장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피지컬 AI, AI 인프라(AIDC),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에서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LG전자는 글로벌 가전제품 제조사로 인식돼 왔으나 AI로보틱스 업계에서는 모터·센서·구동부 등 하드웨어는 물론 스마트홈 플랫폼, B2B 운영 데이터까지 고루 갖춘 '피지컬 AI(Physical AI)'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통한다.


◆ 가전 DNA가 만든 '피지컬 AI' 자산… 모터·액추에이터·센서 내재화


LG와 엔비디아는 크게 모듈형 팩토리 아키텍쳐와 아이작 그루트 로보틱스 부분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모듈형 팩토리 아키텍처’는 생산 라인을 레고 블록처럼 자유롭게 재배치·조립하는 제조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로 인프라 설계를 최적화하고, 이를 LG전자의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과 공장 관제 기술로 현실화하는 자율형 제조 생태계 조성이 목적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와 LG가 보유한 로봇 기술, 가전·스마트홈 기반 운용 데이터를 결합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LG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루트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지능형 로봇의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엔비디아 AI 생태계 내 글로벌 휴머노이드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부품을 핵심 표준(레퍼런스) 부품으로 공급하며 시장 리더십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이중 엔비디아가 평가하는 LG 로봇의 강점은 인간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액추에이터’와 ‘모터’ 기술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 역할을 하며 제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로봇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LG전자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을 공개하고 2027년 상용화를 공식화했다.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는 ‘정밀 모터 기술’은 가전 사업속에서 축적됐다. 냉장고·건조기에 탑재하는 AI DD모터, 15만rpm(분당 회전수)에 이르는 초고속 청소기용 모터, 드라이버와 결합해 크기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 일체형 모터 등 연간 4000만 개 넘는 고성능 모터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정밀 구동부 내재화 역량은 로봇 관절(액추에이터)이 오차 없이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여기에 LG이노텍, LG CNS 등 그룹 핵심 계열사와의 협업 체계를 통해 자율주행의 눈이 되는 3D 카메라, 이미지 센서, 라이다(LiDAR) 모듈 기술까지 내재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스마트홈 플랫폼 ‘씽큐(ThinQ)’와 상업용 로봇 ‘클로이(CLOi)’ 시리즈는 LG 피지컬AI 기술 역량이 집약된 성과이다.

 

▲ 인터배터리 2026에 참가한 LG에너지솔루션 전시관[양지욱 기자]

‘클로이’는 지난 2018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로봇으로 첫 선을 보인 뒤 병원·호텔·식당 등 복잡한 B2B 환경에서 축적한 다중 로봇 관제 및 이동 데이터 정보를 축적해온 독보적 자산이다.

올해 초 ‘CES 2026’에서 공개된 가사 보조 휴머노이드 홈로봇 ‘LG 클로이드’는 이러한 하드웨어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클로이드는 머리와 두 팔, 휠 기반 하체를 갖춘 형태로 가정 내 활동에 맞춰 설계됐다. 키 높이를 조절하고, 팔과 손목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다섯 손가락 관절을 활용해 섬세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주거 환경에서 로봇이 실제 생활 보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형태다.


◆ 국가 공인 소프트웨어 역량…국가 AI 프로젝트 심사 ‘1위’ 쾌거

LG전자의 로봇 경쟁력은 제조 역량을 넘어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핵심 두뇌인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도 이미 압도적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룹의 AI 싱크탱크이자 최고 기술 연구 조직인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엑사원(EXAONE)'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국가 AI 대전환 프로젝트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심사 1차 평가에서 국내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을 제치고 벤치마크, 전문가 사용자 등 전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맞물려 LG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및 대규모 데이터 기반 ‘월드모델(World Model)’ 개발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엔비디아가 자사의 최첨단 로봇 생태계 파트너로 LG전자를 올린 결정적 요인 역시 이처럼 국가가 공인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이미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단순 판매 넘어선 ‘RaaS·부품·솔루션’ … “아직 구체적 로드맵은 나오지 않아”
 

이제 업계와 증권가의 관심은 엔비디아와의 동맹 이후 급변할 LG전자의 ‘수익 구조’와 명확한 로드맵이다.


양사는 협력 이후 구체적인 상용화 데드라인을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기술 개발 속도에 따른 단계별 상용화 로드맵이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로봇 부품 사업 부문에서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올해 액추에이터 대량 생산 시스템을 완성해 홈 로봇 LG 클로이드에 적용한 뒤, 오는 2027년부터 글로벌 파트너사에 핵심 부품(악시움)을 공식 공급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AI 두뇌를 탑재한 차세대 물류 로봇(AMR) 솔루션 및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로봇 관절 브랜드 ‘악시움(AXIUM)’의 글로벌 공급이 2027년부터 본격화되며 거대한 B2B 매출을 견인할 전망이다. 

 

나아가 범용 휴머노이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가 온전히 이식된 차세대 로봇의 양산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양사의 차세대 AI 협력이 한층 공고히 된 것은 맞지만,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이라며 “글로벌 탑티어 기업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인 만큼, 글로벌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상용화 타이밍은 향후 양사가 함께 도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구광모 (주)LG 대표는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의 청사진은 고객의 일상과 글로벌 산업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며 “양사 회동을 계기로 두 회사가 보유한 차별적인 역량을 결합해 '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 DSX와 피지컬 AI 플랫폼을 통해 LG는 가정과 차량을 넘어 공장과 AI 인프라 영역까지 리더십을 확장하고, 일상과 산업을 변화시킬 지능형 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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