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줄었는데 돈은 몰렸다…서울 호텔시장, 다시 ‘귀한 몸’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10 10:44:08
1~5월 서울 숙박시설 거래액 8635억원, 전년 대비 74% 증가
거래 건수는 126건으로 감소…대형 호텔·코리빙 자산 중심 재편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 객실료 상승…고가 매입 리스크도 커져
▲ 호텔신라 전경 [호텔신라]

 

서울 숙박시설 시장에 다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거래액은 큰 폭으로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수익성이 개선되자 기관투자가와 해외 자본이 대형 숙박자산을 중심으로 매입에 나선 결과다. 코로나19 기간 침체됐던 서울 호텔시장이 엔데믹 이후 다시 ‘귀한 몸’이 된 셈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숙박시설 거래액은 8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68억원보다 74% 증가했다. 2024년 같은 기간 6653억원과 비교해도 약 30%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거래 건수는 줄었다. 서울 숙박시설 거래는 2024년 177건에서 지난해 146건, 올해 126건으로 감소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거래금액이 늘어난 것은 중소형 매물보다 고가 자산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넓게 살아났다기보다, 수익성이 확인된 핵심 입지 자산에 자금이 쏠리는 흐름에 가깝다.

배경에는 관광 수요 회복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475만9471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규모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서울 주요 지역 호텔의 객실 가동률과 평균 객실단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숙박시설의 투자 매력은 수익성 회복에서 나온다. 호텔은 운영 실적이 자산 가치에 직접 반영되는 부동산이다. 객실 가동률이 오르고 숙박요금이 상승하면 임대형 오피스나 상가보다 빠르게 수익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명동, 종로, 동대문, 홍대, 강남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투자자 관심이 더 크다.

대형 거래도 잇따랐다. 오라이언자산운용과 골드만삭스는 서울 영등포구 유니언호텔을 53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하임자산운용과 TPG안젤로고든은 코리빙하우스인 맹그로브 동대문과 맹그로브 신설을 각각 391억원, 723억원에 매입했다.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자본이 서울 숙박자산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신호다.

투자 대상도 전통 호텔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리빙, 레지던스, 장기체류형 숙박시설 등 운영형 부동산으로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장기 체류자, 출장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자산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기존 오피스나 노후 상가, 모텔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 숙박 수요가 회복된 반면 신규 공급은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에는 모텔이나 중소형 호텔이 노후 자산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관광숙박시설이나 생활숙박형 공간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임대수익보다 운영수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 확산되는 셈이다.

다만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를수록 위험도 커진다. 숙박시설은 일반 상업용 부동산보다 운영 역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같은 입지라도 브랜드, 객실 관리, 예약 플랫폼 운영, 인건비, 리모델링 비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관광객 증가만 보고 고가에 매입했다가 운영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와 환율도 변수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원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숙박업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고금리가 이어지면 인수금융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형 자산일수록 차입 구조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가격이 이미 오른 자산을 뒤늦게 매입할 경우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서울 숙박시설 시장의 회복은 분명하지만, 회복의 온도는 자산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핵심 관광지와 교통 접근성이 좋은 대형 자산에는 자금이 몰리지만, 입지와 운영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숙박시설은 회복세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울 호텔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강한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거래 건수 감소와 거래액 급증은 시장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 ‘좋은 자산 쏠림’에 가깝다. 관광객 증가는 기회지만, 비싼 가격에 올라탄 투자는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숙박시설 투자의 승부는 이제 매입 자체가 아니라 운영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이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사업을 글로벌 유통과 담보 활용으로 확대한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검증과 블록체인 간 연결을 통해 금융상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30일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에 따르면 회사는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

    2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AI 팩토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구체화됐다.네이버(대표 최수연)는 30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0일에서 27일로

    3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긴급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와 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

    4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가 중추신경계 증상을 동반한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는 차세대 혈액제제 개발·생산 사업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1700억원의 대출 지원이 승인됐다.30일 GC녹십자(대표 허은철)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실투여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아이씨브이주(Hunterase ICV)'의 국내 품

    5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업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지주사와 식품사업은 기존 경영진의 위상을 높였지만 패션사업은 대표를 교체했다. 백화점에는 신규 출점을 담당할 인력을 재배치했다.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사업별 성장 과제에 맞춰 책임자를 배치한 전략적 인사로 풀이된다.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29일 승진 27명, 전보 23명 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