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현실화 위기…노사협상 결렬에 반도체·한국경제 ‘초비상’(1부)

산업 / 이덕형 / 2026-05-13 06:41:58
성과급 갈등 끝내 봉합 실패…5만명 파업 가능성에 공급망·수출·산업계 긴장 고조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 사후조정에서 끝내 합의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가 창사 이후 최대 규모 노사 충돌의 갈림길에 섰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를 요구했지만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했고, 정부 중재마저 무산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와 노동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전날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17시간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핵심 쟁점인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양측 입장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 50% 유지와 기존 OPI 체계를 그대로 두겠다는 안은 사실상 현상 유지”라며 반발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성과급의 투명성과 제도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추가 대화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성과급 체계의 급격한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 심화와 파운드리 적자 부담, 미국 투자 확대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인건비 구조까지 급변할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전자의 조직문화와 신뢰 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경쟁력 논란과 실적 둔화 국면 속에서 노사 간 불신이 누적되면서 내부 결속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과거 ‘무노조 경영’ 시절에는 의사결정 속도가 강점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글로벌 기업 수준의 노사 시스템 구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조직 안정성과 인재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기 생산 차질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 신뢰 약화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글로벌 빅테크 고객 확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글로벌 고객사들은 단순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생산성과 기술개발 일정뿐 아니라 고객 신뢰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 거론되지만…“현실화는 글쎄”


재계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국민경제에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로, 실제 발동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과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역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문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 갈등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한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라며 “파업 장기화는 반도체 생태계뿐 아니라 협력사·지역경제·수출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어느 시점엔가 ‘성과 중심 보상 체계’와 ‘조직 신뢰 회복’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성장만으로 갈등을 덮을 수 있는 시대가 끝난 만큼, 글로벌 초격차 경쟁 속에서 노사 관계 역시 새로운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단순 충돌로 끝낼지, 아니면 글로벌 기업 수준의 새로운 노사 질서를 만드는 계기로 삼을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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