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다른 MOU…미국 ‘조건부 합의’vs 이란 ‘봉쇄 해제 승리’

국제 / 임종호 기자 / 2026-06-16 09:07:31
합의문 미공개가 논란 키워…19일 제네바 서명식·전문 공개·60일 기술협상이 실체 가를 듯
▲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Ai 이미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는 체결 직후부터 서로 다른 해석에 휩싸였다. 미국은 이란의 핵·역내 활동 변화가 있어야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조건부 합의’로 설명했다. 반면 이란 측 매체들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앞세워 사실상 ‘승리’에 가깝게 보도했다.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MOU를 두고 워싱턴과 테헤란이 각자 다른 정치적 문장으로 번역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15일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는 모두 서명됐다(The deal’s all signed)”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은 이미 부분적으로 열렸고, 금요일에는 완전히 열릴 것(The strait is already partially opened… On Friday, it’ll be completely open)”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의문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금요일 이후, 아주 가까운 시일(sometime after Friday… in the very near future)”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설명은 신중했다. 로이터는 같은 날 JD 밴스 부통령이 MOU가 디지털 방식으로 서명됐고, “어떤 자금도 풀리지 않았다(no funds were released)”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 완화에 대해 “행동의 문제(a behavioral thing)”라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면 효과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식 논리는 명확하다. 종전과 해협 개방은 시작점이고,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CBS도 같은 날 밴스 부통령 발언을 인용해 “한 장 반가량의 매우 일반적인 문서(a very general document)”라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등 핵심 쟁점은 “기술협상 단계에서 풀어야 한다(figure this stuff out during the technical negotiation phase)”고 말했다. 이는 이번 MOU가 최종 합의문이라기보다 60일 협상의 입구에 가깝다는 뜻이다.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양쪽에서 동시에 거칠어졌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은 CBS 보도에서 “미국 국민은 합의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The American people need to know exactly what’s in the deal)”고 압박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이란에서 우리가 무엇을 성취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Americans are scratching their heads, wondering what we’ve accomplished in Iran)”고도 했다. MAGA 진영과 보수 강경파 역시 합의문 공개를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과도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방 언론의 분석도 ‘불완전한 합의’에 무게를 뒀다. 영국 가디언도 이번 합의가 “많은 미해결 쟁점(many loose ends)”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무료로 열리는가. 둘째,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문제는 어디까지 다뤄지는가. 셋째, 레바논 전선과 헤즈볼라 문제가 실제 합의 범위에 포함됐는가다. 가디언은 16일 분석기사에서 이번 합의가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을 담고 있지 않으며, 핵 협상은 뒤로 미뤄졌다고 짚었다.

이란 측 보도는 결이 다르다. 이란 관영 IRNA는 15일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MOU를 확인했다며, 공식 서명은 19일 이뤄지고 이후 최종 합의 협상이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이번 MOU를 미국의 봉쇄 해제와 전선 중단 합의로 설명했다. 테헤란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굴복시킨 합의’가 아니라 ‘미국이 봉쇄를 풀고 협상장으로 돌아온 합의’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같은 날 협상 막판까지 MOU 제1조와 호르무즈 해협 조항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메흐르는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 발표 직전까지 이어졌으며, 핵심 쟁점이 해협 운영권이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도 같은 날 이란 매체 보도를 인용해 MOU 초안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전쟁 중단,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60일간의 핵·제재 협상을 담고 있다고 정리했다.

문제는 이 대목에서 미국과 이란의 해석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는 개방(toll-free)’으로 설명한다. 반면 이란 측은 이란과 오만이 해상 안전·항행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향후 비용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를 이란의 이행 뒤에 오는 보상으로 설명한다. 이란 강경파와 일부 매체는 협상 개시 전 일부 자금 접근 가능성을 부각한다. 미국은 핵·역내 안정까지 포괄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만, 이란은 핵 문제와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미사일·대리세력 문제는 협상 밖에 두려 한다.

결국 이번 MOU의 본질은 ‘합의’보다 ‘해석 경쟁’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무대에서 전쟁을 끝낸 평화 중재자로 서려 한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버티고 봉쇄 해제를 끌어낸 협상 승리로 포장한다. 미국 보수 강경파는 오바마식 이란 핵합의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민주당은 전쟁을 벌이고도 얻은 것이 무엇인지 따진다.

실체는 앞으로 네 단계에서 드러난다. 첫째, 오는 19일 제네바 공식 서명식에서 누가 서명하고 어떤 문안이 공개되는지다. 둘째, 공개될 MOU 전문에 우라늄 농축, 탄도미사일, 동결자금, 제재 완화, 호르무즈 통항료 조항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다. 셋째, 서명 이후 60일 기술협상에서 핵 사찰과 농축 우라늄 처리, 제재 완화 순서가 정해지는지다. 넷째,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고, 이란이 레바논·역내 무장세력 문제에서 행동 변화를 보이는지다.

따라서 이번 MOU는 아직 평화합의의 종착점이 아니다. 합의문 공개 전까지는 미국의 ‘조건부 합의’와 이란의 ‘봉쇄 해제 승리’가 동시에 유통될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전문 공개와 60일 협상이 끝나야 이 문서가 트럼프의 외교 성과인지, 이란에 대한 양보인지, 아니면 다시 충돌을 미룬 임시 휴전문인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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