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유 차질에 ‘항공유 공급망’ 흔들…韓 5조원 美 수출 축 멈추나

산업 / 이덕형 / 2026-04-23 09:07:52
연 9000만배럴 수출 구조 직격탄…미국·아시아 항공사 연료 확보 비상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입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항공유 수출 구조에 경고등이 켜졌다. 문제는 한국산 항공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지역 항공사들은 연료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독일 루프트한장 여객기 모습/사진=연합뉴스

 

23일 한국석유공사 및 업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항공유 수출 물량은 약 9035만 배럴로 전체 석유제품 수출의 약 18%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이 가운데 약 47%가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물량 기준으로는 약 4200만 배럴 수준이다. 

 

국제 항공유 가격을 배럴당 약 100달러로 적용할 경우 미국향 수출 규모는 약 42억 달러, 한화 기준 약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 구조가 중동 원유 의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정제 투입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항공유 생산 감소와 수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유 시장은 단기간 대체 공급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어스펙츠의 알렉스 얍 선임 석유제품 애널리스트는 “잃어버린 물량을 대체할 쉬운 방법은 없다”며 아시아 정제설비 가동 축소까지 겹치면 공급 긴장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원유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던 항공유 가운데 하루 최소 40만 배럴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계산했다.

수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가격 충격도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윌리 월시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해협이 다시 열리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더라도, 중동 정제시설 차질 여파 때문에 항공유 공급이 필요한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또 이번 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했고, 연료비는 통상 항공사 운영비의 약 27%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부담은 특히 저비용항공사와 중소 항공사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유가 급등에 대응해 운임 인상과 공급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 컨설턴트 리가스 도가니스는 “항공사들은 약해지는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운임을 낮춰야 하는 동시에, 높아진 연료비 때문에 오히려 운임을 올려야 하는 완벽한 폭풍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질수록 노선 감편과 운항 축소, 운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스피릿항공은 연료비 급등과 자금 압박이 겹치며 정부 지원 논의 대상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피릿항공에 최대 5억달러 규모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한 회사의 재무문제를 넘어, 항공유 급등이 저비용항공사의 사업 지속성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중동 원유-한국 정제-글로벌 항공사’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의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항공유 수출 감소와 글로벌 항공 운임 상승이 맞물리는 연쇄 충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산 항공유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 일수록 조달 불안과 가격 부담이 더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정유·항공을 넘어 글로벌 물류비와 소비자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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