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외치는 카카오, 안에서는 첫 파업 전운

IT·전자 / 황세림 기자 / 2026-06-08 08:20:31
성과급·RSU 갈등에 본사 첫 쟁의권 확보…AI 승부수 앞두고 내부 신뢰가 변수로
▲ 5월2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AI 전환의 고비에서 노사 갈등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카카오톡을 AI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지만, 본사 안에서는 창사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로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고, 내부로는 성과 보상과 보상 체계의 신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인 셈이다.

카카오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최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사는 임금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반영 여부, 보상 체계의 투명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6월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창사 이후 첫 사례가 된다.

갈등의 표면은 보상 문제다. 그러나 배경은 더 복잡하다.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성장 둔화, 규제 압박, 계열사 구조조정, 주가 부진을 동시에 겪었다. 한때 공격적으로 사업을 넓혔던 카카오는 계열사 정리와 비용 효율화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AI 중심의 체질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성장 과실 배분과 미래 보상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적 지표만 놓고 보면 노조가 성과 공유를 요구할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플랫폼 부문과 톡비즈, 페이, 모빌리티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겉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의 시각은 다르다. 카카오는 지난달 임금 교섭 관련 입장문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 규모가 영업이익 기준으로 볼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냈다. 특히 “글로벌 AI 빅테크들과 경쟁하고 있어 생존과 미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회사는 공식 입장문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중요한 책임”이라며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카카오가 처한 비용과 투자 사이의 균형 문제다. 카카오는 AI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인건비와 보상 부담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성형 AI 경쟁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영역이다. 네이버가 자체 초거대 AI 모델과 검색·쇼핑 AI 에이전트를 앞세우는 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생활 플랫폼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자체 기술과 외부 협력을 병행하며 ‘카나나’를 중심으로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이프 카카오’ 행사에서 카카오톡에 자체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목적형 메신저였던 카카오톡을 탐색형 서비스로 확장하고, 이용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AI 기능을 자연스럽게 쓰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카카오톡 기반 AI 검색과 대화형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AI 전환이 아직 뚜렷한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1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AI 서비스 부문은 별도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전체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AI 사업은 여전히 투자 단계다. 인프라 투자도 부담이다. 1분기 카카오의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회사는 전년 GPU 구매가 집중됐던 기저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AI 경쟁을 계속하려면 서버, 데이터센터, 인재 확보 비용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인력 흐름도 눈에 띈다. 카카오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2525명 줄었다. 회사는 카카오게임즈 연결 제외 영향과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감소 요인으로 설명했다. 다만 임직원 입장에서는 숫자가 주는 체감이 다를 수 있다. 회사가 AI 전환을 말하면서도 조직은 줄이고, 보상은 제한하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내부 신뢰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가 맞닥뜨린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AI 전환을 위해서는 민첩한 의사결정과 조직 몰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과급과 RSU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면 핵심 인재의 이탈과 조직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AI 서비스는 단순히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획, 데이터, 서비스 운영, 이용자 피드백, 보안 대응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신규 AI 서비스 출시와 카카오톡 개편 일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비스 안정성 문제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시작되더라도 카카오톡 메시지 송수신이나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이 즉각 멈출 가능성은 낮게 본다. 주요 서비스는 자동화 시스템과 필수 운영 인력 중심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길어지면 장애 대응, 보안 이슈, 신규 업데이트 일정 등에서 예기치 못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이번 갈등은 카카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IT 업계에서는 성과급과 주식보상, 고용 안정 문제가 이미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장기에는 높은 주가와 스톡옵션, 빠른 승진이 임직원 보상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주가가 부진해지면서 과거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첫 파업 가능성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보상 체계가 전환점에 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카카오로서는 AI 전환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 설득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국내 최대 생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 AI를 결합하는 전략은 카카오가 다시 성장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한 핵심 카드다. 그러나 그 전략을 실행할 조직이 흔들리면 AI 전환의 속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회사가 말하는 ‘미래 투자’와 직원들이 요구하는 ‘성과 공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카카오는 글로벌 AI 경쟁을 이유로 비용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실적 개선에 맞는 투명한 보상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양쪽 모두 명분은 있다.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의 AI 전환은 기술 경쟁과 함께 내부 신뢰의 시험대에도 오르게 된다.

카카오의 AI 전환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구성원 설득과 보상 체계의 신뢰 회복 여부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 파업 전운은 카카오의 미래 전략이 외부 경쟁뿐 아니라 내부 실행력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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