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규제’에 이통사·제조사 ‘밀월’ 끝나나

산업 / 유지만 / 2013-06-10 16:06:33
정부 ‘휴대전화 유통구조 개선’에 업계 ‘관심’

▲ ‘보조금’으로 엮인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간의 오랜 인연이 끊어질 수 있을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단말기-이통서비스 분리판매’ 방안에 제조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정부가 휴대전화 보조금에 대한 강력한 제재방안을 거듭 천명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밀월’도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통사들이 앞다퉈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재가열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시한부’라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각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 제조사 타격 불가피할 듯
정부는 지난달 8일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따로 판매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은 휴대전화를 요금제와 묶어 판매해왔다.

정부의 '단말기-통신서비스' 판매 분리 추진 움직임에 제조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통사와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 그동안 누려왔던 편익을 상당 부분 잃게 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통신서비스 판매 분리가 현실화되면 제조사는 수익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휴대전화 판매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마케팅 비용은 늘어나고 휴대전화 출고가는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사실상 광고비 외에 추가 판촉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판매해왔다. 하지만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가 분리되면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대전화를 따로 판매하게 되면 이통사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 이통사 보조금이 사라지면 판매량 감소에 따라 휴대전화 출고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조사는 이통사 보조금에 제조사 장려금(보조금)을 실어 휴대전화 출고가를 높게 유지해왔다.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 과열에 따라 '어부지리' 격으로 챙긴 추가 수익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써왔지만 휴대전화 제조사들만 재미를 봤었다.

1분기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만 봐도 국내 1위 이통사 SK텔레콤은 41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줄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7% 늘어난 8조7800억원을 찍었다. 이 중 IT·모바일(IM) 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4.1%를 차지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의존도가 낮긴 하지만 휴대폰 제조업계에서(단말기-통신서비스 판매 분리 방안 추진을)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국내는 스마트폰 출시 초 테스트베드(시험장)인데 이통사 보조금이 사라지면 고가 스마트폰 이용자 확보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제조사들, 대책마련 ‘속앓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제조사들은 저마다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스마트폰 업계 3위 자리에 있는 팬택의 고민이 커 보인다.

최근 팬택은 박병엽 부회장이 직접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해 최근 단말기 유통구조 변화와 관련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최근 단말기 유통구조 변화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날 토론 자리에서도 의견이 부실한 임원들에게 질책을 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팬택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심차게 준비한 신제품 ‘베가아이언’이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여의치 않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팬택 관계자는 “‘베가아이언’같은 경우에는 사내에서도 굉장히 평가가 좋았다. 그런데 최근 보조금 억제정책 등과 맞물려 고객들이 ‘비싸다’고 인식해 잘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안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굳어져 온 보조금 지급을 갑자기 끊어버리겠다고 하니 제조사나 소비자 입장에서 혼란이 오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최신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제조사나 이통사는 재고가 쌓일 위험이 있다”고 성토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선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거제에서 1963가구 대단지 분양에 나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분당 리모델링 단지의 일반분양 청약에 들어갔고, 중흥토건은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100억원 규모 담보의 만기를 연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1670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단지는 지하 7층~지

    2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3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4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5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