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증시 활성화 전략, 업계는 ‘시큰둥’

산업 / 유지만 / 2013-06-10 15:06:06
[분석-증권시황]아베노믹스, 북한 리스크 등 겹쳐 ‘처방 무용’

▲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정부는 그동안 증시 활성화를 위한 처방을 여럿 내놨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규제’라는 부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5년 내에 코스피 3000시대를 꼭 열겠다. 지금 주가가 2000이 됐는데 주가 3000시대까지 갈려면 파이도 키워야 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 시장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지난해 12월18일, 한국거래소 방문 당시)


“재원 확보를 위해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다.”(3월11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 모두발언)

‘의욕 과잉’.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 증시분야에 대한 증권맨들과 투자자들의 평가다. ‘증시부양’과 ‘주가조작 엄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욕은 충만했지만, 증시 전체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은 부족했다는 의미다. 뉴욕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도쿄증시가 8000포인트선에서 1만3000포인트선까지 치솟는 등 세계증시가 달아오를 때 우리 증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게 원인이다. 글로벌 증시의 ‘왕따’라는 말까지 나온다.


◇ ‘애는 썼지만’...각종 악재에 ‘헛스윙’
박 대통령은 4·1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해법, 벤처붐 재조성 등을 통해 경기 부양과 투자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 북한의 도발에 따른 불안감 증폭 등의 악재가 이를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에 힘을 싣다보니 시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무게추는 경제 활성화보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더 기울어져있는 것 같다. 금융을 소홀히 하는데 활황이 오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실물경제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5월호)에 따르면 생산, 투자, 수출, 고용은 모두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엔저 현상이 점차 가시화됐다. 우리 제품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이 부진했고 대일 수출 감소폭도 확대됐다. 투자 감소도 심각했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5%나 줄었다. 기업들의 투자의지가 바닥임을 방증한다.


◇외투자들도 빠져나가...“투자 매력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월25일부터 5월31일까지 석달여간 코스피시장에서는 4조540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4조원의 자금을 투입, 주가 하단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증시 전문가들은 서울증시의 디커플링 이유에 대해 “투자 매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 “회복 기회 없나”·“시장 활성화 노력은 긍정적” 우려 반, 기대 반
이런 가운데 올해 눈부신 회복세를 보인 미국은 양적 완화를 끝내는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본도 초고속 회복을 벗어나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시장은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여온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회복의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증시 정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는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섰고, 이를 위해 코스닥 활성화, 코덱스 시장 개설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가조작 엄단 등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을 위한 노력도 서울 증시의 건전화를 도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자는 “박 대통령의 주가조작 엄단 노력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투자 활성화와 경기 부양보다는 ‘규제’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도 좋지만 글로벌 상황에 좀 더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선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거제에서 1963가구 대단지 분양에 나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분당 리모델링 단지의 일반분양 청약에 들어갔고, 중흥토건은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100억원 규모 담보의 만기를 연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1670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단지는 지하 7층~지

    2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3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4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5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