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 못하는 유통업계 ‘사면초가’

산업 / 유상석 / 2013-05-20 11:07:51
정치권 ‘남양유업 방지법안’ 발의 잇따라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정치권이 프랜차이즈법에 이어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정식명칭 :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함에 따라 유통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양상이다.
여야는 이번 ‘남양유업 방지법’을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된 프랜차이즈법이 6월 국회에서 재점화될 경우 남양유업 방지법과 함께 유통업계 양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갑’들의 횡포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與ㆍ野가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법안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이종걸(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남양유업 방지법’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 민주당, ‘남양유업 방지법’ 발의
대리점을 상대로 한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이 발의됐다.
이종걸(민주당ㆍ경기 안양만안)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을 받아들여 지난 14일 발의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는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리점계약서에 필수기재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대리점 본사와 대리점 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또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본사가 대리점계약을 해지할 때 거쳐야할 절차와 갖춰야할 요건을 규정했다. 본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을 허용한다는 규정도 법안에 포함됐다. 법이 통과되면 대리점사업자단체가 거래조건 변경을 위해 본사와 협의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법안에는 과징금제도도 포함됐다.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유통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밀어내기’ 금지 조항을 담을 뿐 아니라 이를 어길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방향도 검토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남양유업방지법’의 발의는 프랜차이즈법에 이어 또 한 번 업계에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은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하자 있는 제품의 반품을 금지할 경우 대리점사업자가 입은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이 의원은 “남양유업 폭언사건을 계기로 남양유업 본사가 갑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한국GM, CJ대한통운, 크라운 베이커리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갑의 횡포가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임에도 대리점이나 특약점의 경우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적 사각지대임이 드러났다. 이에 별도의 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소개했다.


◇ 與 “우리도 준비 중”… 법안 발의 박차
야당이 ‘남양유업방지법’ 발의를 마친 데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 발의를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지난 14일 관련 간담회를 갖고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ㆍ환경노동위원회) 의원 대표발의로 입법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실모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갑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 제도 도입 △공정위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 5대 개선사항을 반영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 의원은 남양유업을 통해 드러난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밀어내기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파견사원 임금 부담 △재계약 해지 압박 △증거은폐ㆍ데이터 조작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관련해 “공정위가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불공정 거래행위 피해자들에게 배상액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갑-을 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고쳐가겠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갑의 횡포는 대리점뿐만 아니라 특약점 등 다른 형태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대리점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상 업계도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영업사원에 대한 약품 밀어내기), 전자업계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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