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손 들어줄까" 미래부 골머리

산업1 / 유지만 / 2013-05-13 11:17:43
이동3사 '다이아몬드 주파수' 전쟁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전쟁’이 시작된다. 그동안 정부개편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1.8GHz(기가헤르쯔)의 확보에 사활을 걸 태세다.
1.8GHZ 대역의 주파수는 전세계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라 ‘황금주파수’를 넘어선 ‘다이아몬드 주파수’로 불린다.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사가 LTE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SKT, KT, LGU+는 저마다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1.8GHz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진영은 KT와 SKT·LGU가 대립하는 ‘KT 대 반KT’의 모양새다.


◇ 1.8GHz 주파수, 잇점 많아 모두 ‘군침’

▲ 이동통신 3사가 곧 다가올 주파수 할당 문제를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파수 할당의 키를 쥔 미래창조과학부는 ‘자원 효율적 운용’과 ‘공정경쟁’ 사이에서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사진은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1.8GHz 주파수에 이처럼 사활을 거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LTE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파수이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전세계 43개국에서 1.8GHz의 대역으로 LTE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총 43개국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전체 LTE 이용자의 45%가 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주파수다 보니, 이를 확보하게 되면 일단 ‘로밍 서비스’에서 유리해진다. 굳이 주파수를 따로 맞출 필요 없이 국가정보만 바꾸면 LTE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 수급 등에서도 한결 유리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이나 고객 입장 양쪽 모두에서 이득이 있다”고 말한다.

주파수 확보에 따른 이득은 또 있다. 기존 LTE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LTE-A(어드밴스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광대역화가 필수인데, 1.8GHz를 차지하면 이통3사 모두 광대역화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LTE-A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기존 LTE보다 두 배 가량 빠른 150Mbps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 ‘KT 대 反KT’진영 나뉘어
현재 주파수 확보시에 가장 큰 이득을 보는 통신사는 KT다. 사실상 이번 ‘주파수 할당 문제’에 있어서 ‘KT에게 주파수가 할당되느냐’의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하다. 이에 SKT와 LGU측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KT의 주파수 확보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고, KT 측은 나름의 타당성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파수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T가 1.8GHz 주파수를 확보했을 때 얻게 되는 가장 큰 이득은 ‘광대역화 구성’이다. KT는 기존에 보유한 주파수에 인접한 1.8GHz의 대역을 할당받게 되면 3사 중 가장 먼저 광대역 LTE 주파수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존 주파수가 1.8GHz에 인접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른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LGU는 KT가 해당 주파수를 확보했을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을 7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KT와 LGU는 연합전선을 펼치며 KT를 견제하고 나섰다. KT가 1.8GHz대역 인접 주파수를 할당받게 되면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할 것이란 논리다. LGU 관계자는 “KT가 1.8GHz에서 인접대역을 할당받게 되면 타 통신사와의 서비스 형평성에서 균형이 깨진다”며 “이렇게 되면 미래부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 투자 활성화’란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KT의 입장도 비슷하다. SKT 관계자는 “KT가 해당 주파수를 받게 되면 다른 통신사들에게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공정경쟁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주파수의 균형을 맞추고, 통신사들 간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KT의 입장은 다르다. KT 관계자는 “인접 대역을 할당받는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LTE-A 서비스를 전국망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이통3사 모두 광대역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KT가 인접 대역을 할당받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래부 ‘공정경쟁-효율성’ 간 고민
통신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미래부는 고민에 빠졌다. 완전 경매로 내놓아 자율적으로 주파수를 가져가게 해야 할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통신사를 배려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그간 많은 부처들과의 수많은 협의 끝에 1.8GHz 대역을 얻어냈다. 이 때문에 주파수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업보’를 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미래부 관계자는 “다른 많은 부처들로부터 양해를 얻어 받아 온 주파수인데,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면 우리 입장도 난처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KT가 주장하는 논리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들이 ‘자원 효율성’의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 미래부의 역할 아니겠나”라며 “미래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T와 LGU는 “KT는 안된다”며 견제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효율성이란 것은 이통사들 간의 공정한 주파수가 확보됐을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라며 “공정한 주파수 환경에서 질 좋은 서비스로 경쟁한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래부 안일함이 과열경쟁 만들어” 비판도
통신사들의 과열된 주파수 경쟁에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도 한 몫 했다는 비판도 있다. 주파수 광대역화에 대한 로드맵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아 주파수 간 파편화가 심화됐고, 이제야 이를 바로잡아 보려고 하니 ‘불공정 경쟁’이란 논란이 일었다는 것.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용자 편익`과 `국익`을 주파수 할당의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쟁점이 되고 있는 `공정경쟁`과 `주파수 자원 효율적 이용`뿐만 아니라 `산업발전`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안도 이 같은 원칙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 모두를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가 주장하는 ‘주파수 자원 효율적 이용’과 SKT·LGU가 주장하는 ‘공정경쟁’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 스스로가 딜레마에 빠진 격”이라며 “서로 상충되는 사안들을 모두 이루겠다고 나선 것 같다. 현 상황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과 비교해봐도 ‘주파수 로드맵’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시 처음부터 광대역화를 염두에 두고 주파수를 경매에 내놨다. 이는 200~575MHz로, 우리나라가 처음 50MHz의 대역폭을 내놓은 것에 비해 4배 이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지 ‘속도만 잘 나오면 된다’는 것에만 무리하게 집중한 결과”라며 “이런 근시안적인 사고로는 앞으로 주차수 할당과 관련된 갈등을 계속 재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