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 은행도 '부실 위험'

산업 / 유지만 / 2013-05-06 10:22:14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제출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가계부채 위험성이 계속해서 염려되는 가운데, 산업과 금융 전반에 걸친 부담이 은행권까지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일 한국은행은 국회에 ‘금융안정보고서’를 제출하고, 국내 대기업들의 부실과 자영업자대출 상황의 악화 등을 들어 국내 은행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기업 부실이 계열사 부실로 이어지면서 국내은행의 건전성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 최근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에 대기업의 상황이 악화되고, 각종 대출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이를 떠받치고 있는 은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은행 성병희 거시건전성분석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보고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대기업 부실에 국내은행 ‘위험’
지난해 국내은행의 대기업 익스포저(대출+선수금환급보증+파생상품)가 2008년 리먼 사태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건설업종 대기업의 부실이 계열사 부실로 전이되면서 국내은행의 건전성마저 훼손하고 있어 손실흡수능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내 16개은행의 대기업 익스포저는 지난해 말 현재 221조원이다.
이는 리먼사태 직전의 199조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10년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된 이후 신용위험 회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이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확대한 결과다.

지난해 말 대기업연체금(원화대출금 기준)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3000억원)보다 9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도 2011년말 0.3%에서 지난해 1.1%로 커졌다.
연체가 발생한 기업이 갚아야 할 대출 중 비연체대출로 간주되는 규모도 2011년말 3000억원에서 지난해 11월말 5000억원으로 늘었다. 연체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잠재위험 익스포저 규모는 48조원에 달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한계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는 32조2000억원, 요주의이하여신 보유기업의 익스포저는 27조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한계기업이면서 요주의이하여신을 지니고 있는 고위험 기업의 익스포저는 11조6000억원이나 됐다.
업종별로는 건설·부동산의 잠재위험 익스포저가 14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요주의여신비율도 4.1%로 높아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경우 부실이 현실화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오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과장은 “잠재위험 익스포저 비중이 높고 자기자본비율도 낮아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집단의 상당수가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면서 “기업집단 내 부실이 전이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익스포저가 부실화될 경우 국내은행의 건전성에 큰 타격이 올 것이란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 SAMP모형을 활용해 잠재위험 익스포저 부실화가 국내은행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추정한 결과, 외환위기 절반 정도의 충격이 생길 때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4.4%에서 13.2%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충격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12.1%까지 떨어졌다.

최 과장은 “국내은행의 대기업 익스포저 부실화 가능성이 건설업종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기업 익스포저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5조원에 불과하다”면서 “은행권은 손실흡수능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영업자대출도 상황 악화돼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부실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업용부동산담보에 편중이 심해 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은행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다.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동산임대업과 도소매업, 음식숙업에 대한 은행의 자영업자대출 금액은 101조원이었다. 3년만에 23조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의 자영업자대출 비중도 55%에서 58%로 3%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57%로, 중소기업 대출(39%)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사무실·상가·오피스텔 등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84%에 달한다. 올해 1분기(1~3월) 상가경략률(낙찰가/감정가)이 59%로 아파트 경략률(75%)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은행의 채권회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자영업자의 수익성은 하락 추세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전체 자영업자의 72.9%에 달하고, 5인 미만 개인사업체의 76.6%가 연 매출액 1억원 미만이었다.
김낙현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과장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진입장벽이 낮은 소규모 업종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영업 진출이 편중되고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수요가 늘어났지만, 대기업의 도소매업 진출 등으로 자영업자의 수익이 영세해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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