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토지를 20년 이상 경작해 왔는데…

산업 / 유상석 / 2013-03-18 15:02:40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31)

Q. 저희 아버지는 지난 1990년, 남한강 상류 지역인 ○○군 ○○면에 정착하셨습니다. 사업 실패 탓에 수중에 돈 한 푼 없으셨던 아버지는, 버려진 외딴 집에서 거주하시며 버려진 땅을 일구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일구신 땅은 잡초가 무성하고 자갈이 많아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었고, 사시던 집은 ‘집 주인이 자살했다더라’, ‘귀신이 나온다더라’는 등의 온갖 소문이 떠도는, 그야말로 흉가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밭을 일구어 옥토를 만드셨고, 그 집에 정착해 지금까지 절 키워주셨습니다.


문제는 23년 가까이 지난 지금, 땅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땅에 전원주택을 지어야겠으니, 비켜 달라. 정 당장 살 곳도, 생계수단도 없어져 막막하다면, 새 보금자리를 구할 때까지만 살 수 있게 해주겠다. 다만, 토지 임대료를 내라”고 통보해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어떤 땅에서 20년 이상 평온ㆍ공연히 점유하면 그 땅을 소유할 수 있다던데, 저희 아버지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가요?
(인터넷 독자ㆍtgesc***)


A. 점유취득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245조 ①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동산은 내가 오랫동안 점유해왔기 때문에, 내 소유”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ㆍ공연하게 △점유라는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 부동산을 무단 점유한 경우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대판 1997.8.21, 95다28625)”는 판결을 남긴 바 있습니다.


땅을 ‘매수’했거나, ‘실제로는 다른 땅을 매수했는데, 이 땅까지 포함된 것으로 잘못 알고 점유’한 경우 등이라면, 자신의 땅인 줄 알고 점유한 경우, 즉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인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남의 땅인 줄 알고’ 무단 점유했거나, 또는 땅을 ‘빌려서’ 사용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것이라면, 소유의 의사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tgesc***님 아버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려진 땅으로 알고 경작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했거나 소유권이 상실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엔 취득시효의 요건 중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지 않고,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잡초와 돌로 뒤덮인 밭을 옥토로 바꾸고, 흉가를 사람 사는 집으로 바꾸는 등, 토지의 객관적인 가치를 증대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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