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로 내식구 챙기기, '롯데의 흔한 꼼수'

산업 / 유상석 / 2012-07-20 15:22:12
신동빈 회장 “자회사 끼워넣으라” 직접 지시?

직접 사도 될 물건을 계열사를 통해 구입하는 등 ‘통행세’를 물려오던 롯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았다.


‘통행세’는 거래과정에 계열사를 집어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중소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할 때 최종 사용자가 구입하지 않고 중간 단계에 계열사를 넣어 유통단계를 늘려 마진을 챙기는 행위다. 중간 단계의 계열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료만 받아 챙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이달까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입치 않고 계열사인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을 통했다. 롯데알미늄의 당시 사업영역은 보일러제조 전문업체로 ATM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룹 차원에서 제공된 이 같은 지원 아래, 최근 3년 동안 롯데알미늄은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기 3534대를 666억3500만원에 매입한 후,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에 팔아, 서류 작성만으로 41억5100만원을 벌었다. 공정위는 롯데알미늄의 매출이익 41억5100만원에서 형식적 투자금 2억1700만원을 뺀 39억3400만원을 통행세 거래 관행을 통해 지원받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 황민호 서기관은 “롯데피에스넷 대표이사가 직원에게 보낸 메일, 롯데알미늄(당시 롯데기공) 차장이 네오아이씨피 부사장에게 보낸 메일 등을 조사한 결과, 신 회장(당시 부회장)의 지시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황 서기관은 “롯데기공(現 롯데알미늄)은 2008년 공사 관련 채권의 회수지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고, 단기차입금이 과다해져 부채비율이 5,366%(산업평균은 469%)에 이르렀으며, 결국 지난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재무상 어려움이 커지자 신 부회장이 나서 ATM기기 거래를 중간에 끼우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부당지원을 통해 롯데기공은 2008년 당기순손실 881억원의 부실업체에서 2009년 흑자 전환에 성공, 재무구조를 개선한 바 있다. 특히 통행세를 통한 지원 금액 39억3400만원은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의 2009~2011년 3년 동안의 당기순이익 46억1600만원의 85.2%에 이르는 규모다.


황 서기관은 또 “롯데피에스넷의 이런 간접구매 방식은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적인 거래관행은 수요업체가 제조사로부터 ATM기를 직접 구매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며 “ATM기는 설치 후에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유지보수는 중간 유통업자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유지보수 업체도 없어 통상 제조사가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업자를 거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또 “훼미리뱅크, 한국전자금융 등 다른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제조사로부터 CD기, ATM기 등을 구매해왔다. 롯데피에스넷 또한 본 건 이외에는 모두 제조사로부터 직접 금융자동화기기를 구매했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롯데피에스넷에 6억4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롯데 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롯데피에스넷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건은 지난 6월 검찰에서 무협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월 롯데알미늄이 과도한 중간 수수료를 챙긴 의혹을 조사했지만 부당거래나 편법은 없는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결재라인에 있는 롯데그룹 관계자들을 조사했지만 배임으로 볼 만한 혐의점이 없었다”며 “롯데그룹이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배임혐의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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