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의 자살,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 되나?

산업 / 유상석 / 2012-07-13 11:16:16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

Q. 얼마 전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옆집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고, 경찰관들과 취재기자들이 바쁘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저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이웃 부부가 동반 자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살사건은 우리 가족의 주거 생활에 심각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날 이후, 아내는 야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동네 입구에서 저를 부릅니다. 등 뒤가 서늘하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어, 도저히 혼자서 집에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두 아이는 밤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웃 주민의 자살도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되는지요? (선우식(37ㆍ가명), 직장인)



A. 좋지 못한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해 심각한 불안을 겪고 계신 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민법의 이론 중엔 ‘사정변경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계약 체결 당시 그 기초가 되었던 사정이 그 후 당사자가 예견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경으로 인해 당초의 법률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일방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계약의 변경이나 해제ㆍ해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선우식 님의 경우, 이웃의 자살이 부동산 임대차계약의 변경이나 해제ㆍ해지를 청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정 변경’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7월 14일 현재, 해당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조문이나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을 맡고 있는 오시영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오 변호사는 “이웃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집의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하고,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살 사건으로 인해 집이 흉가가 되어버리는 등, 임대차 계약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사정변경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지만, 이 경우는 임대차 계약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사정변경의 원칙을 지나치게 받아들이게 되면,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대원칙이 무너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 판례도 이 원칙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웃집의 흉사 때문에 선우식 님도, 임대인도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된 점, 다시 한 번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하는 바입니다. 또 앞으로는 자살 때문에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피해와 상처를 입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언론에서 자살 기사를 보지 않아도 될 날이 언젠가는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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