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단일 CEO체제를 고수해오던 재계에서 최근 복수대표이사제 도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우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전문화·거대화되는 글로벌 경쟁구조에서 단일대표체제의 한계를 감안, 복수대표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포석 또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 다수의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복수대표이사체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업마다 거대화·전문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단일대표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각 전문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복수대표이사체제가 확산되는데는 그룹 총수일가가 후계자에 대한 경영권 상속을 수월하게 하려는 사전포석이 깔려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복수대표이사체제가 구축된 기업들 가운데는 경영권 승계가 한창 진행중이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룹 총수의 경영권 행사가 공백상태인 업체들이 유독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GS건설은 지난해 단행한 인사에서 대표이사를 기존 3명에서 4명까지 늘렸는데 총수일가 허창수 회장·허명수 사장과 함께 전문경영인인 김갑렬·우상룡 사장이 포진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정기인사에서 대표이사를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확대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정몽근 명예회장을 대신해서 후계자인 정지선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괄책임을 맡게 됐다.
특히 정지선 부회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민형동 사장이 현대백화점그룹의 마케팅부문 경영을 책임지고 경청호 사장은 회사 재무분야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성공을 계기로 외연확장과 본격적인 건설사업 역량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역시 복수대표이사체제 도입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4명의 복수대표이사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최근까지 5명의 대표이사가 경영을 이끄는 체제로 전환돼 운영되다가 박삼구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퇴로 다시 4명의 복수대표이사체제가 됐다.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 김동진 부회장, 윤여철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를 두고 있는데 최근에는 박정인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영입해 부회장 쌍두체제를 구축했다.
아울러 박용성 회장이 물러난 두산그룹의 경우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으로 유병택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복수대표제가 도입된다.
이밖에도 갈수록 규모가 확대되고 국제경쟁이 심화돼 단일 CEO체제로는 한계를 절감한 바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은 앞서 전문경영인이 고유영역을 전담하는 체제가 이미 보편화됐다.
이를 반증하듯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서 부문별로 대표이사가 5명에 달해 가장 많은 대표이사들이 선임돼있으며 포스코는 4명·GS칼텍스 2명·두산인프라코어도 4명이다.
산업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단일CEO체제에서 복수대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비대해진 기업들의 조직운영을 한 사람의 CEO가 총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강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거대화된 기업조직을 놓고 보면 단일 CEO체제에서는 보고와 대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에 따라 비효율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사안에 따른 신속한 대응전략이 필수적인 만큼 분사 또는 사업별 독립경영으로 가는 과도기로서 복수대표이사체제는 필연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물론 기업들은 복수대표이사체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데 외형 확대로 해외사업을 챙겨야 한다든가 권한과 책임이 한꺼번에 집중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GS건설의 경우 중동지역 원유플랜트를 비롯해 해외건설경기가 활황세를 타면서 6조원에 달하는 비대한 매출관리와 해외사업 역량집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모두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외형이 확대됨으로 인해 단일CEO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기에는 한계점에 직면했다며 전문영역에서 복수대표이사제를 도입했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는 CEO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기존처럼 일방적으로 몰릴 경우 단일한 CEO의 오판으로 자칫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복수대표이사제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두산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업의 조직과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데다가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만큼 대표이사 한 명이 모든 것을 챙기는 시대는 지났다”고 언급했다.
또한 “복수대표이사체제 구축으로 인해 부문별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의 경영실적 개선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긍정적 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업내 권력의 적절한 견제 및 상호보완 기능에 따라 시너지효과도 크다는 점도 대기업들이 앞다퉈 복수대표이사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이 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1∼2명이던 때보다 4명의 복수대표이사가 선임된 현재 보고 및 의사결정면에서 효율적인 동시에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져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대표이사 4명의 결재를 모두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문별 책임영역에 따라 해당부문을 관할하는 대표이사 1명만 결재를 받도록 전환, 신속한 대응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수일가 지배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미비한 전문성을 보완커나 후계자에 대한 승계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복수대표이사제가 도입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전문지식이 다소 떨어지는 1인 총수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과거부터 복수의 대표이사를 선임해온 것은 명백한 사실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 전문가는 “후계자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권력과 책임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전제, “전문경영인들의 상호견제와 경쟁을 유도하면 후계구도 구축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들이 복수CEO체제를 갖추는 이유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처럼 CEO가 모든 영역에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부문별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거나 총괄 사장제도 도입도 늘고 있지만 총수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전문경영인들의 전문성과 업무속도를 높인다는 취지가 최근 트렌드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도 복수의 CEO가 공동으로 대표권을 행사하는 공동대표제도 보다는 각자 고유영역의 CEO가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각자대표제도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공동대표이사는 이사회에 다수의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회사를 대표, 회사가 거래시 상대방에 대한 거래계약체결 등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으로 연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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