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엘리트 학맥?

산업1 / 황지혜 / 2007-03-12 00:00:00
100대 기업 CEO 배출대학 SKY 69% 편중

대학입시 전쟁, 과외 열풍 등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높은 교육문화의 종착역은 '학벌주의'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벌로 서열이 매겨지고,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는 이른바 '학맥'이 형성돼 선배와 후배 간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독특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돼 있는 최고 경영자의 자리는 명문대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끈'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SS(서울고·서울대 출신) 등 이른바 한국형 엘리트 인맥을 자랑한다. 30년 전만 해도 학연이 단단한 직종은 의료인, 법조인에 한정됐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연의 힘이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직종에서도 학맥을 형성되면서, 같은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확산됐다.

국내 100대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출신고교, 대학교를 조사해본 결과, SKY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8명을 제외한 우리나라 매출액 100대 기업 CEO 161명의 출신별 대학은 서울대 66명, 고려대 24명, 연세대 21명 순이었다.

이들 대학만 합쳐도 총 111명으로 전체 CEO의 68.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같은 주제로 조사한 결과 나타난 47% 보다 무려 20% 가량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100대 기업 CEO를 배출한 국내 대학은 겨우 18개에 불과했고, 그중 CEO를 배출한 지방대학은 인하·부산·경북·전남·조선·영남대 등 6개 대학에 그쳐 대학별 '등급 차'를 실감케 했다.

CEO 다수의 대학시절 전공은 인문·사회계 출신 84명(52.2%), 이공계 출신 76명(47.8%)으로 인문·사회계에 편중돼 있었다.

반면 30대그룹 신임임원 전공비율은 이공계 출신 비중이 60.2%를 기록해 기술력을 갖춘 이공계 출신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비율은 높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경영 중심의 인문·사회계 출신이 중용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CEO는 전반적인 경영 노하우를 가져야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맥을 갖고 있어야 해 인문·사회계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 출신중 상경계 출신은 63명으로 전체의 39.1%나 됐고, 법정계 출신은 17명이었다.

이공계 출신 CEO는 화학(화공)전공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전자 17명, 기계 9명, 건축·토목 7명 순이었다. 한편 CEO의 출신 고교는 경기고 29명, 서울고 13명, 경복고 10명, 경북·광주일고 7명 순으로 과거 명문고가 강세를 보였다. 그중 실업계 고교 출신은 13명이었다.

경기고 출신의 대표적인 CEO는 손경식 CJ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있고, 서울고 출신은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등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했다.

실업계 고교 출신의 대표적인 CEO는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 등이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학맥에서 또 다른 학맥으로 이동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국 학맥과 인맥에 기반을 둔 이른바 ‘연어족(族)’이 등장하면서 외국계 회사 출신이나 전문 MBA를 전공한 유학파 임원의 비중이 높아졌다.

연어족들은 자유자재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국제 감각과 실용적 지식을 갖고 프로페셔널한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주목을 끌면서 CEO 세계에 급부상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중심으로 미국 명문 남가주대학(USC) 학맥 바람이 거센 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USC출신 동문들은 2005년 기준 약 1000여명으로 USC 동문 강국인 중국ㆍ일본과 버금가는 수준으로 재계 주요 그룹 및 기업 창업주의 2ㆍ3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미 김승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최병민 대한펄프 사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등 USC 출신 CEO들은 세를 결집한 상태다.

동문회 이사진 구성도 쟁쟁해,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고, 고문역에는 대상그룹 회장을 지냈던 고두모 고문(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겸임)과 이강호 고려통상 회장, 최병렬 전 국회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동문회 관계자는 “USC 전세계동문회는 지난 91년 이후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데 3회째인 지난해 동문회는 한국에서 유치돼 눈길을 끌었다”며 “500여명의 대규모 인사가 참석한 당시 행사는 워낙 성황을 이뤄 다른 국가의 동문들이 차기 동문회 유치에 부담을 느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어고 출신들도 CEO 시장을 공략할 차기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전통 있는 명문고에 입학하려 했던 이들이 '고교 평준화' 이후 외국어고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원외고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대학수능만점자가 10명에 육박하고 하버드, 프린스턴대 등 해외 유명대학에 가는 학생 수도 최근 2년간 50명 안팎을 유지한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수십 년에 한 명이나 나올까 말까 한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구본상 LIG손해보험 이사, 최문규 한신공영 이사 등 현재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 중 외국어고 졸업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문규 한신공영 이사는 “언제부턴가 우리 모교가 주목을 많이 받는 학교가 됐다”며 “주위 사람과 학교 얘기를 하다 보면 우리 학교만큼 동문회가 활발한 학교도 없다”고 자랑했다.

이들 대부분은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동문간 교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대원외고, 대일외고는 동문 모임을 기수별에서 법조, 경제, 언론 등 분과로 재편해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정보 교환 및 친목을 도모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재벌가 자재 상당수가 외국어고에 입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이들이 경영권을 잡게 되면 외고 출신 CEO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대용 대일외고 교감은 “재벌가 자재들 중 본교 출신이 꽤 있지만 본인들이 공개를 꺼려 일일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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