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호령에도… 재벌 빵집 “철수 못해”

산업1 / 유상석 / 2012-07-05 10:47:38
다른 이슈 터져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재벌 빵집에 철퇴를 가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진 지 보름이 지났다. 청와대와 각 부처 담당 부서가 모두 달라붙어 이미 현황 파악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말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이 대통령 말대로 ‘취미로 빵집ㆍ카페를 운영하던 재벌 2ㆍ3세 그룹’으로 지목된 기업들은 초긴장상태에 돌입, 서둘러 사업을 철수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버티는 재벌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늘 그랬듯이 다른 이슈가 터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빈스앤베리즈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한화 그룹’과 레스토랑 그리고 냉면과 초밥 업계까지 진출한 ‘현대백화점 그룹’이 대표적이다.



재벌빵집 철수, 누가 했나?


“재벌 2ㆍ3세는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경영하는 영세 상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단호하게 꺼낸 이 한마디 말은 카페ㆍ베이커리 등 서민사업에까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던 재벌들에게 칼을 빼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후 재계는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ㆍ친기업)’ 정책을 유지했던 이 대통령의 말이어서 그 충격은 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생업과 관련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진노는 큰 파급을 불러왔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 6월26일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티제는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2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텔신라 전체 매출(약 1조7000억원)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홈플러스와 함께 만든 제빵업체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 19%도 함께 정리해 제빵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기로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상생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도 구내 카페인 ‘오젠’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LG그룹 방계 구자학 회장이 운영하는 아워홈도 순대ㆍ청국장 소매시장에서 철수한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 구자학씨가 회장을 맡고 있고 구 회장의 네 자녀가 지분을 100% 소유한 업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도 베이커리 업계에서 철수키로 했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끝없는 비판에도 꿈쩍 않던 재벌들이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재빠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 불호령의 파급이 상당히 크다. 그가 직접 재벌 빵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업체들이 끝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버티는 몇몇 기업들…


재벌 빵집들이 사업을 접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철수하지 않은 기업’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몇몇 재벌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장 철수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한화호텔앤리조트를 통해 베이커리 ‘에릭 케제르’를,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델리 카페 ‘빈스앤베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36개 점포를 두고 있는 이 카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여의도 63빌딩에 1호점을 낸 빈스앤베리즈는 2015년까지 100호점 이상으로 매장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지역 상권 죽이기’라는 비난에 맞닥뜨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베이커리 ‘베즐리’, 회전초밥 ‘본가스시’, ‘한솔냉면’ 등의 외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말 연회 전문 브랜드 ‘아르드셰프’를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사장이 각각 15.28%, 12.67% 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동종 업계에 진출한 재벌들이 속속 철수 선언을 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철수냐 진행이냐 결정된 바는 없다. 다만 여론의 흐름이나 정책의 방향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무작정 철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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