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가화장품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 22일 저가화장품의 대표주자인 '미샤'의 에이블씨엔씨가 자사주 전량을 전격 매각키로 했다고 밝혀 지난해 부터 끊이지 않았던 매각설이 기정 사실화 됐다.
지난 2000년 3300원짜리 화장품을 내놓으며 블루오션을 개척했던 미샤는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5~6개의 후발업체가 속속 시장이 진출하면서 수익성의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반면, 후발주자로 나선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5년 전체 화장품업계 3위를 기록하는 등 저가화장품의 원조인 미샤를 넘어 저가화장품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더페이스샵 등 후발업체가 '저가' 전략에 맞지 않게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어 그 의미가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저가화장품 원조 미샤의 매각설
지난 2000년 저가화장품의 신화창조를 일으키며 업계 3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던 미샤는 그 후 후발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지난해 부터는 끊임없이 매각설이 나돌았다.
2004년 147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2005년에는 53억원으로 60% 이상 급감해 반토막이 났고 지난 2분기 미샤는 영업 손실 31억원, 순손실 5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를 합치면 상반기 영업 손실은 35억원이 넘는다.
이 와중에 일본 업체인 '가부시키 가이샤 마리퀸트 코스메틱 저팬'이 미샤 상표에 쓰이는 꽃무늬가 자사 상표와 비슷하다고 벌인 상표권 분쟁에서도 패소했다. 이로써 미샤는 꽃무늬 상표를 상품 포장이나 광고, 선전문에 사용하지 못하며 판매도 할 수 없게 됐다.
업계는 더페이스샵 등 후발업체들이 저가격이라는 장점과 '자연주의' 등의 차별화된 브랜드 컨셉를 제시한데 반해 미샤는 값이 싸다는 것을 제외한 다른 매력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저가화장품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시장의 포화로 레드오션이 됐다”며“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미샤가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샤의 에이블씨엔씨의 창업주인 서영필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며“회사 매각은 없다”라고 밝혔지만 결국 미샤는 자사주 15만주(지분율 3.57%) 전량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처분 예정금액은 22일 종가에서 3% 할인된 주당 6400원으로 총 9억6000만원이며 매각방식은 시간외 대량매매이고 매각기간은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3일부터 5월 22일까지다.
미샤 관계자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매각키로 했다”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파트너사에 매각하면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등 후발주자 성공
더페이스샵, 스키푸드 등은 저가화장품이면서 '자연주의'라는 웰빙 트렌드를 브랜드 컨셉에 접목시켜 저가화장품의 효시인 미샤를 밀어내고 업계 1, 2위에 올라섰다.
지난 2003년 시장에 뛰어든 더페이스샵은 창사 3년만인 지난해 매출 1820억원, 영업이익 315억원 등 화려한 경영실적을 기록했으며, 매출기준으로 2년 연속 대기업인 아모레레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화장품업계 3위 자리를 지켰다.
업계 관계자는“막강한 자금과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이 1, 2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적 같은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더페이스샵은 저가화장품이면서도 ‘자연주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연친화적인 면을 강조했으며, 10~20대뿐 아니라 30~40대까지 고객층을 확대하고 백화점, 대형마트, 지하철역 등으로 유통망을 넓힌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가격은 싸지만 자연주의 슬로건에 맞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자연주의 컨셉을 내세운 스킨푸드도 불과 2년 만에 급성장해 미샤를 누르고 저가화장품 업계 2위에 올라섰다.
흑설탕이나 꿀, 쌀 등 몸에 좋은 재료를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급부상하고 있다.
저가정책 탈피하는 화장품업계
더페이스샵 등 저가화장품 업체가 처음 출발할 당시 가격은 색조화장품에서 스킨, 로션기초제품까지 3300원~1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백, 한방, 주름개선 등을 내세워 제품에 기능을 부과하면서 더페이스샵의 기초제품들은 1만5000원까지 가격이 올라 있다.
3300원짜리 제품은 핸드크림이나 기초적인 색조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서만 볼 수 있을 뿐 1만원 미만의 기초제품들을 진열대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태평양 등의 대기업들이 저가화장품의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태평양이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과 에뛰드하우스로 시장에 진입했고, 이미 진출한 뷰티크레딧 등이 더페이스샵 뒤를 바짝 뒤쫓고 있어 가격상승을 통한 시장생존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저가라는 가격보다는 자연주의라는 컨셉을 강조하는 것이 전략”이라며“애초부터 저가를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천여가지 제품 중 아직도 상당수는 1만원 미만이고 기능성 제품도 타 업체와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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