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뱅킹 경쟁, "고객 대기시간 줄여라"

산업1 / 황지혜 / 2007-02-26 00:00:00
시중은행, 단순 입·출금 전담 처리 창구 줄줄이 신설

패스트 푸드점, 초고속 인터넷 업체, 퀵서비스 업체의 공통점은 속도가 경제력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들 모두 신속하면서 고객을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의 시간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은행가에 이른바 '속도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고객 창구 대기시간 줄이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속도 경쟁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단순 입, 출금을 전담 처리하는 ‘빠른 창구’를 신설했다고 밝혔다.창구를 이원화해 단순 업무를 보기위해 창구를 찾은 고객의 업무 처리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대출 등의 상담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하나은행 영업점은 단순 업무 처리 중심의 '높은 창구'와 상담위주의 '낮은 창구'로 구분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창구 구별없이 '원스톱'으로 업무를 처리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적극적인 고객 만족을 실현하기 위해 방문 고객의 은행 업무에 따라 빠른 응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빠른 창구를 전담할 은행원 200명을 3월 5일까지 공개 채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입,출금 △분실,재발행 △신규,해지,상담업무 3업무를 분리해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무 목적별로 구분돼 있는 순번기에서 번호표를 뽑은 후 해당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개 업무가 명확하게 분리됨에 따라 대기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면서

"간단한 입출금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상품 상담 등 업무 처리 시간이 긴 고객 뒤에서 오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150여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업무 분리 후 집중 시간대인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평균 대기시간은 40분에서 18분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국민은행 역시 고객이 집중되는 시간대의 창구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창구 업무를 담당할 영업점 텔러를 3월 2일까지 400명정도 신규 채용한다. 신한은행도 지난 7일 '6시그마 혁신운동 2차 과제 수행 출범식'을 갖고, 일선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의 은행업무 소요시간을 5분 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6시그마는 미국 모토롤라에서 시작해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전사적으로 도입한 경영혁신 운동으로, 효율성을 높여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면서 변함없는 품질을 제공하는 품질 운동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1차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하면서 '영업점 고객 대기시간 단축'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 빠른 창구를 이용하는 신한은행 고객의 평균 소요시간을 9분55초로 낮췄다.

이어 올해는 이를 절반으로 단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빠른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의 평균 소요시간 9.95분중 업무처리 시간은 4.86분에 불과한 반면 5.09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대기시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을 파악해 고객이 대기하고 있는 동안 신분증 확인, 복사 등 1차 업무를 도와주는 '블루데스크'의 설치키로 했다. 또 평소에는 간단한 업무만 처리하는 '빠른 창구'로 운영되다가 업무처리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이를 전담해 '가변형 빠른 상담창구' 운영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중 10~20개 점포를 대상으로 블루데스크를 시범 적용한 뒤 올 하반기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농협, 우리 등 타 은행들도 창구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공과금 납부 등의 업무는 창구가 아닌 공과금 납부기기에서 간단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자리 잡힌 지 오래고, 아예 은행을 들리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뱅킹의 혜택을 높여 고객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의 당행이체 경우 마감전 자동화기기(ATM),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이용시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마감후 ATM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창구를 이용할 때보다 수수료를 절반가량 아낄 수 있다.

특히 농협, 우리은행의 경우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에 이어 제 4대 전자금융 서비스로 불리는 TV뱅킹(T-Banking)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T-뱅킹이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TV 시청 중 리모컨을 통해 계좌조회, 계좌이체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6월 우리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농협은 7월부터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대기시간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점 창구를 찾는 고객들이 고수익 상품인 보험 및 펀드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창구 이용 고객의 편의를 높이려는 쪽으로 지점 고객서비스 전략이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창구 인력을 줄이기 위해 소액 계좌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교차판매가 중시되고 은행마다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을 하다 보니 모든 고객층에 대한 만족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중은행의 속도 경쟁의 이면에는 기업 업무혁신이 뒷받침돼 있으며, 그 결과가 다시 기업 수익창출에도 크게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6시그마 혁신을 통해 12개의 핵심과제를 수행해 130억원에 달하는 재무성과를 거뒀다. 고객만족도를 제고하면서 아울러 내부 프로세스 개선 및 통합에 따른 직원 피로를 감소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외환은행도 지난 2004년 '업무혁신(PIㆍProcess Innovation)'을 통해 창구업무 시간을 10분에서 7분으로 단축시키고, 은행의 전 업무 과정을 온라인화에 성공했다.

당시 전국 324개 영업점에 문자인식시스템, 고속 스캐너 등을 설치해 신분증 및 인감 위조가 원천 방지해 안전성을 높이면서, 업무처리 속도를 높였다. 더불어 연간 400여억원의 비용 절감, 약 15~20% 업무 생산성 향상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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