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하나카드, 이마트에 갈 때는 국민카드, 인터넷 쇼핑할 때는 우리카드. 최근 은행계 카드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할인 혜택에 소비자들은 장소와 용도에 따라 할인되는 카드를 선별해 사용한다.
이제 아이스크림만 아니라 카드도 '골라 쓸 수 있는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은행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도 고객 감동 서비스에 발벗고 나선 사연은 뭘까?
최근 시중은행이 특화된 서비스 혜택을 갖춘 카드를 선보이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교통요금을 12.5%(100원)나 깎아주는 '하나 마이웨이 카드'를 출시했다.
실생활에서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오는 4월 30일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평생 연회비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대대적인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커피카드, 아웃백클럽카드, 둘이하나카드 등을 특화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국민은행 KB카드도 '이마트-KB카드'를 출시, 결제시 2~3개월의 상시 무이자 할부혜택과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발매 3주만에 회원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터넷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시 수수료를 면제, 리니지와 인터넷 홈쇼핑 G마켓에서 물품 구매시 할인되는 '우리e카드'를 선보였다.
농협도 지난 5일 교통카드처럼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가능하게 해 편리성을 내세운 '마이원카드' 출시했다. 타 은행과 비슷한 할인 서비스에 CGV, 프리머스, 교보문고, 마르쉐, 레드망고 등의 멤버십 카드 기능을 한 장으로 통합해 간편함을 더 했다.
이처럼 은행계 신용카드사가 신상품 혜택과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는 데는 올 3월 신한카드의 LG카드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에 먼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기 때문이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은 합병 이전 7.3%에서 22.6%로 단숨에 카드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국민 우리 하나은행, 농협 등이 카드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계 카드사가 카드 사업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고수익을 창출해 온 창구를 잃은 시점에서 유일하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신용카드 부문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에 시중은행장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앞다퉈 카드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단의 조치를 통해 신용카드 회원수를 현재 2배인 600만명까지 늘리겠다."(김종열 하나은행장),
"올해 1000만이상의 고객을 확보, 리딩 카드사로 도약하겠다."(원효성 국민은행 KB카드 부행장) "존재감 없는 우리은행 6%대의 카드 점유율을 2009년 10%까지 올리겠다."(황영기 우리은행장)
은행 경영진의 신용카드 사업 강화 포부가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고객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키로 했으며,
우리은행은 2004년 없앴던 신용카드 모집설계사 제도를 올해부터 재개하고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은 당초 지난해말까지 제공하려던 주말 주유 할인 서비스 등 각종 혜택을 지난해 출시한 신상품 '더원 카드'에 몰아주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한류스타인 보아와 비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KB카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LG카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공세를 펼칠 경우,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현재 신한카드는 스포츠, 예술 등 다방면의 문화 행사에 참여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굿모닝신한 CMA체크카드'를 신한, LG카드가 공동으로 발급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결제계좌로 신청, 각종 할인서비스와 CMA 판매를 동시에 이뤄지게 한 상품이다. 이는 향후 신한카드가 그룹과 연계를 통해 통합 서비스를 100%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는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신한카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도한 카드사간 경쟁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통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선이고, 상품권이나 추가 할인 행사시 비용의 60%를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다. 가령 A 카드사가 백화점과 제휴를 통해 결제금액의 5% 이상을 상품권이나 경품으로 지급하는 판촉 행사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고객이 신용카드로 10만원을 구입하면 유통점이 카드사에 수수료로 1500원을 내야하고, 카드사는 3000원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은행은 10만원당 1500원을 적자를 보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은행의 과열경쟁이 전업 카드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 마케팅 특성상 특정 카드사가 할인 혜택에 나서면 고객 유지 차원에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인 서비스를 따라 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현대, 롯데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올해 포인트, 신상품, 광고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 '실탄'이 충분하다"면서 "리스크(위험) 관리에 문제가 없는 이상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적 영업질서를 벗어나 모집질서 법규를 위반하는지를 매달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모든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포기하고 매출액 늘리기에만 전념하는지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출혈 조짐이 보이면 즉각 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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