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각설탕 키스’ 하는 사이”

산업1 / 전성운 / 2012-06-08 16:17:55
명마 탄생의 숨은 일꾼 ‘마필관리사’

결승점을 향해 먼지를 일으키며 박진감 넘치게 질주하는 경주마, 뒤이어 터지는 수많은 관중의 환호성. 경마공원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모습은 말을 길들이고, 훈련시키고, 관리하고, 레이스를 준비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경마공원은 새벽부터 숨 가쁘게 돌아간다. 출근한 마필관리사들은 밤새 별 탈은 없는지 말들의 상태를 살핀 후 마방을 청소하고 깔 짚을 새로 깔고, 사료 급식 후 장구를 정비하고 훈련을 시작한다.


밤새 움직이지 않은 말의 근육을 풀어주고 경주에 나가서 제대로 뛸 수 있게 조교(훈련)를 한다. 새벽훈련 후에는 마필 관리사들은 파트별로 마필수장 및 장제, 보건, 사양관리 등을 실시한다. 말의 상태에 따라 일광욕을 시키거나 피부관리, 발굽관리 등 개체별 관리를 한다.


오후 1시부터는 경기 출전마를 위주로 외승을 나가거나 원형마장에서 미흡한 훈련을 보충하고 신마들의 순치훈련도 이어진다. 그렇게 바쁘게 마방과 경주로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퇴근 시간인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경주마와 5년 정도를 같이 보낸다. 처음 목장에서 온 2세말을 받아 조련해서 경주마로 만들고 이들이 무리 없이 1군까지 올라가서 은퇴할 때가 되면 7세가 된다. 이 기간 동안 길들이기에서 조교 훈련까지, 사료 주는 것에서 배설물을 치우는 것까지가 모두 마필관리사들의 몫이다.


▲ 지난 1993년 마필관리사로 입사 마필관리사 20년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서울경마공원 34조 전창현 수석 마필관리사가 마필과 ‘각설탕 키스’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 말과 끊임없는 대화 통한 ‘교감’이 중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인 마필관리사는 이제 갓 목장에서 들여온 어린 말들을 뛰어난 경주마로 만드는 숨은 일꾼이다.


경주마 훈련에서부터 사료를 먹이는 ‘사양관리’, 말이 생활하는 마방의 볏짚 교체 등 청소를 하는 ‘구사관리’,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보건관리’, 말발굽을 관리하는 ‘장제관리’ 등을 책임진다.


관람객이 말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예시장에 선보인 다음 경주로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또 경주가 끝나면 마방으로 데려와 마사지·목욕 등을 하는 수장작업과 마무리 운동 등을 시키기도 한다.


보통 마필관리사 한 명이 세 마리 정도의 경주마를 돌보며, 경주마 훈련의 60~70%를 마필관리사가, 나머지는 기수가 담당하게 된다.


마필관리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경마공원 34조 전창현 수석 마필관리사는 말에 대한 사랑을 첫째로 꼽으며 ‘말을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경주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의 충분한 교감’이라며 “훈련도중 틈틈이 자신과 함께하는 말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그는 “훈련시키고 정성을 들였는데 결과가 좋지 않거나 경주마로서의 생명을 다해 헤어져야 하는 경우 힘이 들지만 경주마가 큰 경주에 우승을 할 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성취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 말들의 식사시간


◇ “존중을 기반한 신뢰 관계가 필요”
마필관리사와 말 사이의 관계는, 서로 간에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마필관리사가 말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포나 고통이 아닌 존중을 기반으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마필관리사가 말에 대해 불안해하면, 말은 관리사를 깨물거나, 뒷발질로 관리사를 놀리며 시험하려 한다.


500kg에 달하는 경주마는 사람보다 5~6배는 무거워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겨내지 못한다. 경주마가 관리사를 겁내서가 아니라, 관리사가 시키는 것을 기꺼이 하고 싶어서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마필관리사는 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경력이 많은 마필관리사는 말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우는 소린지, 아파서 우는 소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창현 관리사는 “말을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공급하는 책임을 떠맡는 것이다”며 “이것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말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주마의 건강과 운동원리에 대해 늘 공부해야 하고 각종 장비와 마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말이 다치지 않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말이 행복해야 경주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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